특별기획 초등생 필리핀 관리형 단기유학 성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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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관리형 단기유학을 다녀오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일반 캠프와 달리 6~9개월로 기간이 길어 영어 사용환경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고, 현지 학교 수업과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관리교사와 일대일 지도교사가 기숙사에 함께 생활하며 밀착 관리해 부모 입장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 필리핀단기 유학으로 영어실력 향상에 성공한 정재학(13·과천청계초 6)군과 어머니 박인희(40·경기 과천시)씨의 유학수기를 소개한다.

# 박인희씨 수기

영어에 거부감 갖던 아이가 자신감 있는 태도로

어떤 부모라도 아이를 외국에 혼자 보낸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나 기간이 짧은 캠프보다는 단기유학이 영어학습뿐 아니라 외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아이의 꿈을 더 넓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걱정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 재학이의 영어실력이 또래 애들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좋다는 학원 여러 곳을 보내봐도 성적은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심지어 재학이는 학원에 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아이가 하루 종일 영어만 사용하는 곳에 가서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재학이가 먼저 필리핀 단기유학을 가보고 싶다고 의사를 내비쳤다. 처음엔 ‘이 녀석이 친구가 간다니까 놀러 가고 싶은 마음에 그러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구나’란 판단을 했다. 평소 친구에 대한 경쟁심리가 강한 재학이에게 좋은 동기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 단기유학 업체를 알아보고 주변의 평가도 들어봤다. 관리·지도교사의 생활관리가 철저하고 일대일 수업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2009년 11월부터 9개월 과정으로 필리핀 단기유학을 보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영어에 거부감을 갖던 아이가 유학 후 자신감 있는 태도로 바뀌었다. 귀국 후 한 어학원에서 본 레벨테스트에서도 최상위반 등급을 받았다. 성적이 좋아지니 자신감이 더 붙는 듯 하다. 지금은 영어로 말하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실력이 되기까지 재학이도 고생이 많았다. 필리핀에 도착해 처음 4개월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였다. 함께 생활하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실력이 뒤진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었나 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혹시 더 자신감을 잃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리·지도교사들과 자주 상담하며 아이의 실력과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쟁심리가 강한 재학이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지금 재학이는 다시 필리핀에 가 있다. 중학교 입학 전 6주 간 영어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해 기꺼이 허락했다. 올해 4학년에 올라가는 둘째 아이도 필리핀 단기유학을 보낼 생각이다. 다소 힘들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정재학군 수기

영어책 읽고 에세이 쓰기가 가장 재미있어

이곳은 필리핀 알라방에 위치한 기숙사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을 이용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제는 여기 생활이 어렵지 않다. 지난해 이곳에서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수업내용을 따라가는 것도 벅찼다. 매일 11시간 넘게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차피 못하니까 배우러 온 거잖아’란 생각으로 버텼다. 주변 친구들이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나도 저렇게 해낼 거야’란 오기가 생겼다.

이런 나를 관리·지도 선생님들이 도와줬다. 처음엔 하루 30개 정도의 단어를 암기하기도 벅찼지만, 나중엔 80개 이상까지 늘릴 수 있었다. 선생님들은 단어 하나하나 다시 복습시켜 주고 확인학습까지 꼼꼼하게 챙겨줬다.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내 다짐들은 아마 그냥 오기로만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단어를 많이 알게 되니까 영어 글쓰기에도 재미가 붙었다. 여기에선 얇은 책부터 해리포터 같은 시리즈 책까지 매일 영어책을 읽는다. 그리고 간단한 독후감을 써야 한다. 영어를 싫어했던 내가 매일 영어책을 읽는 모습에 스스로도 놀랬다.

주말마다 있었던 문화체험과 쇼핑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유명 관광지인 보라카이 여행이 인상 깊었다. 공부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들과도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 무작정 친구 따라 온 유학이었지만 이제는 ‘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적어도 내겐 좋은 결과를 준 셈이다.

6주 간 공부가 끝나고 다시 한국으로 가면 중학교에 입학한다. 여기에서처럼만 공부하면 걱정 없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필리핀 단기유학을 권하고 싶다. 모두 화이팅~.

[사진설명] 필리핀 단기유학은 현지 원어민 교사가 일대일 집중지도를 맡는다. 사진은 정재학군이 미국인 교사에게 수업을 듣는 장면.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클래스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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