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영하 15도 …‘블랙아웃 먼데이’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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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0일 아침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11.8도. 목도리·마스크로 얼굴을 칭칭 휘감은 채 출근한 시민들은 사무실에 들어선 뒤에도 쉽게 겉옷을 벗지 못했다. 아침부터 사무실 난방이 풀가동됐지만 주말 동안 차갑게 식었던 터라 평소 같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낮 최고기온도 영하 4.6도에 머물렀다. 결국 정오 무렵 전력 수요가 전국적으로 7184만㎾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남은 전력은 407만㎾에 불과했다. 전력예비율로 따지면 5.7%로 적정 수준인 10%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7일 7142만㎾로 사상 최고 기록을 깬 지 불과 사흘 만의 일이었다.

 문제는 이날이 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음 주 월요일인 17일이 더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전력수요관리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나 전력거래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선 17일 아침 서울의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지고 낮 최고기온도 영하 5도에 머물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있다. 일단 예보상으로는 지난 10일보다 더 춥다. 게다가 하루 전날인 16일 기온은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을 것으로 예보됐다.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지고, 낮 최고 기온도 영하 8도로 예상된다. 1주일 전인 9일의 최저·최고 기온인 영하 10.3도와 영하 0.3도보다 한참 낮다. 따라서 17일인 월요일은 냉랭해진 사무실을 덥히는 데 일주일 전보다 더 많은 전기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 전력수요를 경신하면서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아주 크다.  

지경부 최형기 전력계통과장은 “전력 수요가 추위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온이 1도 낮아지면 약 50만㎾씩 사용량이 늘어난다”며 “한파가 다시 닥친다면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담화문을 발표하고 시민들에게 절전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치솟고,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아웃(Black Out)’마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앞서 전력거래소는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를 7250만㎾로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경기전망·기온분포 등을 감안해 산출한 수치다. 10일 소비량 7184만㎾는 여기까지 불과 66만㎾를 남겨둔 것이었다.

가장 손쉬운 응급처방은 난방용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생활실천홍보실 김근호 과장은 “내복을 입으면 3도 정도의 보온효과가 있기 때문에 실내 난방온도를 3도 정도 낮출 수 있고, 난방 에너지도 2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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