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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37> 대안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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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영화 ‘황산벌’로 유명한 배우 정진영(46)씨는 다음달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단우(13)군을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단우군이 다니게 될 학교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중·고등학교인 ‘이우(以友)학교’입니다. ‘이우’는 ‘벗과 함께’라는 뜻입니다. 정씨는 “입시 위주가 아닌 살아있는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대안학교에 보내게 됐다”고 합니다. 대안학교는 더 이상 이른바 ‘문제아’들이 다니는 곳이 아닙니다. 대안학교의 종류와 교육 프로그램, 진학할 때 고려할 점 등을 알아보았습니다.

이한길 기자

올해는 국내에서 대안학교가 생긴 지 15년째 되는 해입니다. 1997년 간디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계속 성장해 왔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7년 발간한 ‘대안교육백서’를 보면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가 5200여 명에 달하는데요. 대안학교의 숫자도 200개가 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이 많습니다. ‘문제아들만 다니는 학교’라거나 ‘대안학교를 나오면 학력 인정이 안 돼 꼭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초기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주로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주입식 교육이 싫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문을 연 대안학교 중에는 국제화를 모토로 영어와 승마·골프 등의 교육과정을 마련한 곳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안학교가 귀족학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요.

대안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모두 특이한 직업을 갖거나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안학교 졸업생의 90% 정도는 대학 진학을 희망합니다. 대학에 진학해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안학교를 나온다고 해서 꼭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가형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것과 똑같은 학력을 인정받습니다. 대안학교는 크게 정부의 인가 유무를 기준으로 인가형과 미인가형으로 나뉩니다.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인가형 대안학교인 산마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필수과목 외에도 생태농업·삶과 철학·풋살 등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황정옥 기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제공하는 특성화 학교

2005년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대안학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정식 학교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이처럼 시·도교육청의 인가를 받아 졸업하면 정규학교와 똑같이 학력을 인정해 주는 대안학교를 인가형 학교라고 부릅니다. 정부의 재정지원도 받습니다. 인가형 학교는 운영방식에 따라 특성화 학교와 위탁형 대안학교로 나뉩니다.

특성화 학교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배워야 하는 국민공통과목을 가르칩니다. 거기에 더해 특성화 수업과 체험학습 등 다양한 교과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국어·영어·수학 등을 가르치고 그 외에는 철학이나 인권 등 인성교육 과목이나 밭 일구기·봉사활동 등 다양한 과외활동을 합니다. 국내 최초의 전일제 대안학교인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가 대표적인 특성화 고교입니다. 원래 제도권 밖의 학교로 출발했다가 특성화 학교 제도가 생기면서 기존 교육제도 안으로 들어온 사례입니다. 전국에 고등학교 23개와 중학교 9개가 있습니다. 특성화 학교 중에는 종교계 학교가 많습니다. 전체의 4분의 3이 기독교 등 종교재단이 설립한 학교입니다. 대부분 입시교육을 따로 하지 않지만 졸업생의 80% 정도는 대학에 진학합니다. 매년 10~11월께 입학전형을 실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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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학교의 학적 유지하는 위탁형 학교

위탁형 학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정규 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기존 학교에 학적을 둔 채 다니는 대안학교입니다. 학비는 원래 다니던 학교에 냅니다.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이곳에서 교육과정을 마치면 원래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규 학교에 적이 있는 학생만 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퇴생 등은 다닐 수 없는 게 단점입니다. 전국적으로 약 900여 명의 학생이 위탁형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교과 과정의 필수과목 수업은 최소화하고 나머지 3분의 2 이상을 인성교육과 진로설정 등에 할애합니다. 최근까지는 부적응을 이유로 들어온 학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연예술·미용·과학 등 특정 분야를 강화한 학교가 늘면서 스스로 위탁형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도 늘고 있습니다.

검정고시 봐야 진학 가능한 미인가 학교

아직까지 ‘대안학교’라고 불리는 학교의 70% 정도는 미인가 학교입니다. 전국에 150개가 넘습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급 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합니다. 정부 지원도 받지 않는 만큼 학비도 비쌉니다. 기부금과 입학금 외에도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 이념에 따라 자유로운 커리큘럼을 짤 수 있습니다. 충남 금산의 금산간디학교는 입학 첫 해 1년 동안은 여행 등 ‘자기 찾기’의 시간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는 이들 미인가 대안학교를 학교가 있는 곳에 따라 도시형과 전원형으로 나눕니다.

서울에서만 매년 1만6000여 명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둡니다.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도심에 설립된 것이 도시형 대안학교입니다. 대부분 30명 미만의 소규모입니다. 뛰어난 접근성을 이용해 주변 대학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학부모나 자원봉사자들이 교사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도서관·박물관·극장 등 문화시설도 좋은 학습 교재가 됩니다. 정해진 시간표나 교과목이 없는 서울 영등포구의 ‘하자작업장학교’, 치유와 학습을 접목시킨 서울 관악구의 ‘성장학교 별’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이를 공동으로 키우던 부모들이 세운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 학교도 있습니다.

  ‘생태 체험’ 중시하는 전원형 학교

전원형 학교는 생태 체험과 농사가 가능한 지방에 주로 위치해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전원형 학교 중에는 소수지만 영어나 승마 등을 가르치는 곳도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에 있는 경기국제학교는 2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습니다. 학생 대부분이 유학을 생각하고 있어 수업은 대부분 영어로 이뤄집니다. 입학금과 학비를 합치면 1년에 1200만원 정도 듭니다. 강원도 강릉의 자연촌학교는 전인(全人)교육을 표방하며 골프·승마·무술 등을 가르칩니다. 매달 90만원의 수업료와 75만원의 기숙사비·특별활동비 등을 합치면 연간 학비가 3000만원 정도 듭니다.

대안학교에 관한 Q&A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만큼 오해도 많은 것 같습니다. Q&A를 통해 대안학교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습니다.

Q 대안학교는 학비가 비싸지 않나요.

A 2007년 발간된 ‘대안학교백서’에 따르면 대안학교 학생 한 명이 1년에 부담하는 돈은 평균 467만원입니다.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전원형 대안학교는 846만원으로 좀 더 비쌉니다. 참고로 일반 고등학교의 수업료가 한 해에 130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싸기만 한 건 아닙니다.

Q 미인가형 대안학교를 다니면 의무교육법 위반 아닌가요.

A 현행 의무교육법은 정규 초등·중학교 졸업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원칙적으로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것은 의무교육법 위반이 맞습니다. 홈스쿨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고발돼 처벌받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간혹 아이를 대안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들을 범법자로 고발하겠다며 위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정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도 행정 처분이지, 형사 처벌은 아닙니다.

Q 기숙형 대안학교를 보낼 때 너무 일찍 집을 떠나 생기는 문제점은 없나요.

A 초등 대안학교는 대부분 도시 근교에 자리해 통학이 가능합니다. 중·고등 대안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많이 하지만 부모의 우려와 달리 대부분 안전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집으로 전화를 자주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학교 생활에 몰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숙형 학교를 보낼 경우 학교의 특징과 자녀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Q 대안학교가 맞지 않아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나요.

A 학교 운영방식이나 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도중에 나오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갓 개교한 학교의 경우엔 더 많다고 합니다. 입학설명회나 인터넷 홈페이지만을 보고 선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Q 미인가형 대안학교를 다니다 일반학교로 전학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미인가 대안학교는 학력 인정이 되지 않아 일반학교로 전학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문제 없이 전학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개는 학생의 나이에 맞는 학년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학교마다 전·입학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 측과 협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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