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그림책은 아이만 본다? 어른이 더 혹할 책 두 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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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린이 그림책의 독자층을 성인으로까지 확대한 시리즈가 나왔다. 그림책 본연의 미적 표현과 예술성 구현에 초점을 맞춘 ‘더 컬렉션(The collection)’ 시리즈다.

 우선 신진 작가 두 명의 첫 작품 『어느 날』(유주연 지음), 『달려 토토』(조은영 지음)가 나왔다. 『어느 날』은 현대 도시의 풍경을 수묵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전각(篆刻·그림이나 글자를 새김)으로 표현한 붉은 새가 숲을 떠나 새로운 걸 찾아 날아오른다. 새가 만난 풍경은 크레인, 아파트 숲, 뜨거운 가로등, 오리배 따위다. 진짜 친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작은 새에게서 현대인의 자화상이 엿보인다.

 『달려 토토』는 경마장을 아이의 시선으로 옮긴 작품이다. 도박에 빠져 폐인이 되다시피 한 군중의 틈에서 아이는 마음에 드는 말, ‘토토’를 발견한다. 아이의 희망대로 토토가 1등을 하지만 다른 말에 돈을 건 어른들은 아무도 기뻐하지 않는다. 역동적인 말의 움직임, 군중들의 다양한 표정이 그림에서 튀어나올 듯 강렬하고 생생하다.

 두 책 모두 여느 어린이용 그림책보다 페이지수가 많다. 둘 다 이미 해외에 판권이 팔렸다. 『달려 토토』는 프랑스에서 먼저 책이 출간됐고, 『어느 날』 역시 프랑스에서 나올 예정이다.

 책을 낸 보림출판사 권종택 대표는 “그림책의 기능이 어린이용으로 한정되면서 그 영역이 오히려 작아지고 있다”며 “한정된 연령층과 시대의 유행을 벗어난 시리즈로 예술적인 감동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나희덕·문태준 등 기성 작가와 협업한 ‘보림 작가그림책’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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