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남’ 현빈 → 해병 김태평으로 박수 받는 이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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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그 남자’ 현빈(29·본명 김태평·사진)으로 떠들썩하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가 해병대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빈 신드롬’이 일고 있다.

 현빈이 해병대 지원을 공식 문의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한때 육군사관학교나 경찰대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현역 입대 각오가 강했다고 한다. 현빈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개의치 않고 지난해 12월 24일 수원병무청에서 입대 면접을 봤다.

수원병무청에 따르면 면접 당시 현빈은 “해병대의 남성다운 강한 이미지를 좋게 봐왔고, 주변에 해병대 출신 친구·선후배가 있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빈은 30점 만점인 체력 시험에서 29점을 받았다. 당일 응시자 350여 명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20일 합격자로 발표되면 3월 입소해 ‘해병 김태평’이 된다.

 여성뿐 아니라 현빈에 대한 남성들의 호응도 이례적이다. 인터넷에선 정치·연예인들의 병역비리에 박탈감을 느껴온 남성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였다.

드라마 속 현빈 대사를 빗대 “진정한 사회지도층의 선택답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12일 홈페이지·트위터에서 “요새 세상의 노블레스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빈이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책·옷·음반 동반 흥행=현빈은 드라마에서 백화점 사장 김주원을 연기했다. 우리 사회의 부와 외모에 대한 선망을 응축한 캐릭터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등의 유행어를 낳았다.

 현빈 신드롬은 드라마 시청 행태가 바뀐 것과 맞물린다. 단지 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관련 상품을 적극 구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스타(혹은 캐릭터)와 일체화하려는 ‘팬덤 문화’의 진화다. 김주원의 까칠한 말투와 자기중심적 캐릭터를 흉내 낸 패러디 트위터가 대표적이다(본지 2010년 12월 16일자 28면). 한 남자 대학생이 운영하는 이 트위터는 ‘가짜’임을 알면서도 팔로어가 2만 명을 넘어섰다.

 드라마 속 현빈이 입고 먹고 보고 듣는 모든 것도 인기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는 트레이닝복의 ‘짝퉁’ 상품이 대거 팔려나갔다.

드라마에 나오는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방송 이후 10만 부 이상 팔렸다. 출판사 민음사가 ‘김주원의 서재’라는 이름으로 기획한 6권 세트 상품도 4주 만에 7000세트나 팔렸다. 현빈은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때도 『모모』를 100만 부 이상 팔리게 한 바 있다.

현빈이 직접 부른 ‘시크릿 가든’의 OST ‘그 남자’는 7일 발표와 함께 주요 음원 차트의 1위를 휩쓸었다. 지난 9일 자체 최고 시청률 30.6%(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한 ‘시크릿 가든’은 16일 종영한다.

강혜란 기자

◆팬덤 문화=스타덤과 짝을 이루는 대중문화 용어. 엔터테인먼트업계가 기획한 스타 상품을 소비하며 스타에 대한 지지와 열광을 공유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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