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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 가파른 상승,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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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력수요가 급증한 분야는 산업용과 난방용이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수요는 12.5%(11월까지) 늘어 전체 수요증가율(10.3%)을 웃돌았다. 난방용은 더 심하다. 2003년 이후 걸핏하면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18.4%나 늘었다.

 산업용 수요 증가는 납득할 만하다. 경기가 풀려 공장을 많이 돌리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방용 수요의 급증은 다르다. 정책실패의 결과란 지적이 많다. 물가인상을 의식한 정부가 몇 년간 전기 요금을 꽁꽁 묶어 두는 바람에 불필요한 수요를 부추겼다. 2004년 이후 도시가스와 등유 가격은 45% 인상된 반면 전기 요금은 13% 인상에 그쳤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기와 석유난로로 같은 열량을 낼 때 전기요금은 등유 가격의 81.8%에 불과하다.

 전기난방 비용이 석유나 가스난로보다 싸지자 소비자들은 불편한 가스·석유난로를 치우고 대거 전기 난로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름에는 냉방용으로 쓰다가 겨울에 난방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에어컨의 보급이 결정타였다. 2005년 6만7000대에 불과하던 시스템에어컨은 지난해 40만3000대로 여섯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게 고스란히 겨울철 전력수요 증가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 최형기 전력계통과장은 “시스템에어컨의 전력수요만 206만㎾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한 개 건설에 2조원이 투입된 울진원전 5호기가 만들어내는 전력의 두 배 규모다.

 게다가 난방용 전력은 수요가 최고치에 이를 때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추워질수록 난방기기를 집중 가동하기 때문이다. 전력을 가장 많이 쓴 시점의 난방용 수요는 2003년 825만㎾에서 지난해에는 1675만㎾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정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인상률은 3.5%에 그쳤다. 최근 물가 급등으로 전기 요금 추가 인상도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발전 원가가 싼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경부는 2024년까지 원전 14기, 유연탄 발전소를 15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19기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기에 무려 49조원이 투입된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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