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실의 근친혼과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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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바위에 남겨진 300자의 글을 통해 1500년 전 오누이의 애절한 사랑을 추적한다. 13일 밤 10시 방송되는 KBS1 ‘역사스페셜’은 ‘누이를 사랑한 왕자-천전리 각석의 비밀’편을 방송한다. 울산 천전리 각석(刻石)엔 청동기 시대의 문양과 그림과 함께 신라 시대 그림과 글자도 새겨져 있다.

글은 사부지갈문왕이 누이인 어사추여랑을 데리고 이곳에 놀러 왔다고 적었다. 어사추여랑을 ‘우매(友妹)’로 지칭한다. 이 단어는 사촌 남매 정도의 가까운 친족인 동시에 혼례를 약속한 여성을 말한다. 오늘날 근친혼은 금기이나 고대엔 흔한 일이었다. 일본에서 왕실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이 성행했던 것처럼, 신라도 근친혼을 행해왔다는 것이다.

오누이 사이의 사랑은 순탄치 않았다. 각석엔 또 다른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다. 사부지갈문왕과 결혼한 지소부인이 남긴 글이다. 프로그램은 각석에 새겨진 두 개의 명문을 통해 왕실 내부의 근친혼, 정치구조 등 신라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비춘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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