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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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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은호
중소기업이업종중앙회장 동진이공 대표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다. 남들이 보기에 ‘희한한’ 경제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어서다. 회원 스스로 밥상을 차리는 단체,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완장 차고 봉사도 한다. 중소기업이업종중앙회 얘기다. 각각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업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나서 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모임이다. 어떨 때는 서로 힘을 합쳐 공동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금은 전국 13개 지역에 303개 교류회가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두 달에 걸쳐 전국적으로 ‘이업종(異業種) 교류 플라자’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었다. 수십 개의 후보작 중에 수상작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도에는 약알칼리성 화산석인 ‘스코리아(scoria, 일명 송이)’라는 광물이 있다. 섭씨 6000도의 용암 열에 의해 굳은 스코리아는 강력한 회전 전자파 에너지를 발산하는 특성이 있다. 이 전자파는 혈액 순환, 세포 조직 활성화,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 스코리아를 소재로 건축자재를 만들던 송이산업이 산세미, 제그린과 손을 잡은 것은 2009년이다. 송이산업 박광열 대표가 피부 재생에 효과가 있는 마유(馬油) 제조업체인 세그린, 화장품 제조업체인 산세미에 ‘스코리아 팩’ 개발을 제안했다. 중소기업끼리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필자는 최근 각 지역의 행사를 다니면서 이업종 교류 회원들이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현안으로 꼽는 것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동반성장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우리 중앙회 사무실 앞 건물에 간판을 걸었다. 중소기업을 이끌고 있는 필자로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슈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자면 어찌해야 하는가. 한 사람의 중소기업인으로서 생각해 본다.

 먼저,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공정한 사회를 가꾸자면 스포츠에서도 그렇듯이 같은 급끼리 시합을 해야 하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지휘하는 정부의 사령탑이 동급이 아니지 않은가. 지식경제부의 지휘, 감독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켜 동반성장 정책 사령탑의 급을 어느 정도 맞추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인의 외로운 외침이 아니길 빌어본다.

 한국 중소기업은 304만 개로 국가 전체 사업체 비율 99%를 담당하고 산업계 고용 인력의 88%를 책임지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대기업의 고용 인원은 61만 명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379만 명 증가했다. 행성과도 같은 거대 대기업과 수많은 별무리와 같은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공정하게 협력하려면 중소기업정책을 지휘하는 사령탑이 좀 더 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세계 시장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속도의 경제로, 양적 대량생산 시대가 질적 전문화의 시대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단순 크기의 잣대로 기업 가치를 구분하고 있다. 전문기업의 특수성과 글로벌 첨단기업으로서 그 위치를 무시당하는 수많은 강소기업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신붓감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은 구인난에 발을 동동 구르는 중소기업의 러브콜을 외면하기 일쑤다. 올해 우리의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첨단기업, 전문기업 등 실질적인 가치를 머금고 있는 중소기업이 기회의 경연장에 나올 수 있게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함께 달려가길 소망한다.

 나라가 부강하려면 국민이 편안해야 하고 국민이 편안 하려면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이 없어야 한다. 수많은 국민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먹고산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를 국민의 먹고사는 생활문제로 풀어주길 기대해 본다.

김은호 중소기업이업종중앙회장 동진이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