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북미 올해의 차’ 시보레 볼트 … 디자이너는 글로벌 한국인 김영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2011 북미 올해의 차(COTY)’로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가 선정됐다. 볼트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행사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일본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누르고 수상했다. 북미 올해의 차는 미국·캐나다의 자동차 전문 기자단이 한 해 동안 북미 시장에 출시된 신차 중 가장 뛰어난 모델을 뽑는 행사다.

비록 한국차인 쏘나타가 탈락하긴 했지만 상을 받은 미국차 볼트에도 한국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 이 차의 외관을 디자인한 사람이 한국 출신의 김영선(48·사진) GM 수석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 상파울루에 머물고 있는 김 수석은 발표 직후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람들이 나를 ‘볼트 아빠’라고 부르더라”며 “내 자식이 상을 받은 것처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볼트가 컨셉트카로 개발된 2007년부터 양산 모델로 최종 완성된 지난해까지 개발 과정에 계속 참여했다. GM 내부에서 김 수석처럼 볼트 개발의 전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GM 워런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그는 현재 GM 브라질에서 파견 근무 중이다. GM 브라질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할 차량들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게 그의 임무다. 2~3년 뒤 작업을 마치면 다시 원래 소속인 미국 본사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야말로 ‘글로벌 디자이너’인 셈이다.

 볼트의 양산 모델은 1년 전인 지난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당시 그는 “비행기 수준을 넘어서는 공기역학의 신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면 지난해 양산 모델을 공개한 뒤에도 수정 작업을 계속했다”고 털어놨다. “공기 흐름을 고려해 트렁크 뒷부분의 높이를 5㎜ 정도 올렸고, 사이드미러는 좀 더 매끈하게 다듬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나 깨나 ‘바람’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많은 사람이 미래형 전기차는 디자인이 화려할 것이라고 생각해 애를 먹었다”며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효율을 높이고, 합리적 가격에 차를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 디자인이 아무리 멋져도 차의 성능·가격을 무시해서는 좋은 차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디트로이트=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