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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운영권 청탁받은 현직 총경 강희락 소개로 ‘함바집 큰손’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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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 운영업자 유상봉(65·구속 기소)씨가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강희락(59) 전 경찰청장 등으로부터 경찰 간부들을 소개받아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또 11일 유씨와 접촉한 경찰관에 대한 자체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청 감찰과 관계자는 “유씨와 만난 적이 있는 총경 두 명이 최근 참고인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총경은 각각 충남과 대구지방경찰청 소속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어 “충남청의 김모 총경은 2006년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부탁으로, 대구청 소속 또 다른 김모 총경은 2009년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의 부탁으로 유씨를 만났다고 검찰에서 밝혔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두 총경은 유씨로부터 각각 충남 당진과 경북 경주의 공사현장 식당 운영권을 딸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9일과 10일 검찰 조사에서 “청탁을 받았으나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냥 돌려보냈으며, 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조현오 경찰청장의 지시로 유씨를 만난 적이 있는 경찰관들의 자진 신고를 받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100여 건의 답신이 왔으나 유씨와 만난 적이 있다고 자진 신고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12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하기로 했다. 또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 1~2명을 부를 계획이다. 두 명의 전직 치안감이 유씨와 수시로 접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경찰청장 재직 시 자신의 경찰청 사무실에서 유씨를 만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경찰청장 부속실에 근무한 경찰관 2명을 조사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한 조사에서 “유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강 전 청장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유상봉씨가 함바집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이전에 고급 룸살롱을 운영한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유씨는 10여 년 전 강남 일대에서 여러 개의 룸살롱을 운영했으며, 고위 공직자들이 이들 업소에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정선언·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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