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에서 용으로 바뀐 조선 왕실의 어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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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683년 제작된 태조 금보에서 글씨가 새겨진 바닥면.

태조 이성계의 4대 조상부터 27대 순종에 이르는 조선 왕실 어보(御寶)를 집대성한 자료가 나왔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은 소장 어보 316점을 포함한 관련 유물 3361점에 대한 소개와 연구논문을 담은 자료집 『조선왕실의 어보』(전 3권)를 발간했다.

 어보는 존호(尊號)·시호(諡號)를 올리거나 가례(嘉禮)·길례(吉禮) 등의 궁중 의식을 열 때 사용한 왕실 권위의 상징물이다. 이들 어보 관련 유물은 종묘에 보관돼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관된 유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과 개인이 더러 소장한 예가 있으나 절대 다수가 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어보는 거북이나 용으로 장식한 의례용 도장, 그것을 담는 내함(內函)인 보통(寶筒), 외함(外函)인 보록(寶盝), 그리고 어보·보통과 보록을 싸는 보자기와 이를 묶는 끈 등 최소 6개 이상의 부품이 한 묶음을 이룬다. 조선시대 유교문화의 특성을 살필 수 있다.

 어보는 글자를 새긴 방형의 보신(寶身)과 거북이·용 등을 조각한 자루 부분인 보뉴(寶鈕)로 구성된다. 거북이 문양이던 보뉴는 대한제국으로 들어서면서 용으로 교체된다. 보뉴에 장식성을 더한 끈은 인수(印綬)라 하며, 이는 영자·방울·술로 구성된다. 전 왕조의 어보가 거의 완전하게 남아있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 문화재청은 도록 발간을 계기로 어보의 문화재 지정 및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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