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때 예술창작 체험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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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로 키우고 싶으면 예술을 가르쳐라(미국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루트번스타인 교수)’‘모든 과학은 예술에 닿아있다. 모든 예술에는 과학적인 측면이 있다(프랑스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 과학적 창의력을 기르려면 예술을 배워야 한다는 석학들의 격언이다. 과학이 어려워 흥미를 갖기 어렵다면 이번 겨울방학에 과학이 숨어 있는 예술창작 체험으로 관심을 북돋아보자.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부터 서울 각 지역별로 센터를 만들어 청소년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예술교육체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술·문학·음악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만나 강의를 듣고 경험도 전수받을 수 있다.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학생들이 재료 선정에서부터 작품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자신의 아이디어와 개성으로 만드는 수업이다. 이 때문에 작품의 소재와 형태가 모두 제 각각이다. 방법을 따라 하며 주제와 재료가 같은 작품을 만드는 기존 예술교육과 다른 점이다.

서울문화재단 산하엔 서울시창작공간·남산예술센터·남산창작센터 등 다양한 전시·교육·체험 기관이 있다. 서울시창작공간에도서교예술실험센터·금천예술공장·연희문화창작촌·신당창작아케이드·문래예술공장·성북예술창작센터·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등이 속해 있다.

성북예술창작센터는 서울 종암동 지역 공부방 학생들을 위해 ‘동네 탐험대’를 마련했다.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답사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나 수집한 물건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성북예술창작센터 박윤선 기획담당은 “무관심하게 지나치던 동네 모습과 버려진 폐품에서 새로운 시각과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답사·수집·구상·재료선정·표현까지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들어 가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센터들도 장르의 벽을 넘어 표현기법과 활용도구를 다양하게 응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금천예술공장의 ‘빵빵 수다 프로젝트’는 자신의 근심·걱정을 미술작품으로 표현하면서 치유해가는 프로그램이다. 문래예술공장의 ‘사이’는 스크린과 입체물의 특징이 서로 충돌해 빚어내는 새로운 작품을 보여 준다. ‘다목적 근거지’도 전시 공간에 따라 가구와 간판의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연출하는 전시·공연이다. 일상의 공간과 장소에 대한 개념을 뒤집어보는 상상을 체험할 수 있다. 공동체마을 예술가로 활동 중인 강화수, 안은미씨가 강사로 나서 학생들이 상상력을 키우도록 도와준다.

관악어린이놀이터의 ‘뾰족산 관악산 책으로 놀자’도 학생들이 지역마을의 정보를 모아서 나만의 책으로 만드는 체험이다. ‘내가 그린 그림 속으로 풍덩’과 ‘종이 창문’은 미술과 영상미디어가 만나는 강좌다. 내가 그린 그림을 스크린 영상으로 확대해 이를 배경 삼아 즉흥 연극을 하고 상황을 연출한다.

관악어린이놀이터 김유진 총괄매니저는 “일상과 관습에 스스로 질문하고 달리 생각하는 시간을 위해 작품 만들기보다 상상과 창의를 체험하는 것이 초점”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문화재단의 프로그램은 방학 외에 학기 중에도 운영되므로 방과후 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미술관·박물관도 겨울방학 동안 예술체험 시간을 마련했다. 소마미술관은 전시 작품과 연계해 작품을 분석하는 법과 작가의 표현기법을 배우는 강의를 연다. 작가의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겸재정선기념관은 겸재의 진경산수화를 퍼즐· 탁본·화첩 등으로 즐기며 기법을 배우는 강좌를 진행한다. ‘별별 크리스마스’에 가면 기존 형태를 깬 상상력 넘치는 갖가지 트리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관악어린이놀이터 박진경 기획관리담당은 “프로그램 참가를 학습으로 여기지 말고 생각의 가지치기를 체험하는 즐거운 놀이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가 마련한 ‘내가 그린 그림 속으로 풍덩’에 참여한 학생이 그린 그림이 무대 스크린에 영상으로 확대돼 비쳐지고 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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