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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목 마르다고 독배를?”

중앙일보

입력

지난 해는 안보에 있어서 유달리 다사 다난했던 한해였다.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 사건등 긴장의 한 해였다. 그래서 인지 연말에 중국에서 만난 재중 교민들은 평소에도 조국의 안녕을 위해 노심초사하지만 연평도 포격사건을 통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교민들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남북한에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의 향방이 걱정된다고 한다. 한국은 동맹국 미국과 함께 북한의 공격을 막아 내겠지만 북한이 역부족으로 붕괴위기에 놓인다면 북한과 안보조약을 맺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도울 것으로 우려한다. 또한 전쟁의 양상이 한국-미국 대 북한-중국의 대결구도로 이어진다면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의 처지가 난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전면전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크게 염려할 것 없다고 안심시키고 있지만 북한이 언제는 전면전을 한다고 선언하고 도발하지 않으므로 연평도 포격사건같은 도발이 다시 일어난다면 이제 우리는 2-3배의 반격을 가할 터이니 결국 국지전이 에스칼레트될 수도 있는 것을 걱정한다.
사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국가가 바로 중국 자신일 것으로 본다. 중국은 한국과는 연간 2000억불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등 한국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 국가로서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밀접한 관계에 있다. 지난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에 나온 중국의 언론이 연평도 포격을“북한이 목마르다고 독배를 마셔버린 격”이라고 황당해 했던 보도가 중국의 속마음일 것으로 본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발언을 많이 하였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대해 “불장난은 제발 그만”의 뜻을 분명히 하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하는 중국이 국민소득 겨우 3000불대의 고지에서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깨어지고 미.일등 주요 무역대상국을 잃게 되도록 그냥 보고만 있는 천하의 바보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달 19일에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미중의 우호의 역사는 깊다. 과거 중국이 일본을 포함 영.불.독.러등 유럽제국주의들에 의해 국토가 분할 할양되고 이권이 찢어질 때 미국은 중국 땅 한 뼘도 차지하지 아니한 역사를 중국인은 안다. 그리고 실용주의를 우선하는 미국과 실사구시의 중국은 상호간 이해의 폭도 넓어 이번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예상된다. 앞으로는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국과 역할을 분담하는 책임있는 국가의 몫을 다할 것으로 본다.
북한도 새해에는 대결국면을 해소하고 대화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위장 평화공세일 수도 있지만 연평도 포격사건이후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적인 비난과 한국의 강력한 전쟁불사의 의지를 읽은 북한의 생존전략이라고 생각된다.
금년 한해는 북한이 말썽많은 先軍정책을 버리고 잘못은 인정하면서 남북한의 진정한 대화에 응한다면 한반도에 평화는 차츰 정착되고 해외의 우리 교민들의 걱정도 덜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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