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졌던 중소형주에 햇살 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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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중소형주 랠리에 시동이 걸린 것일까. 7일 코스닥이 530.84에 장을 마치며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7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에 가려 좀체 기세를 펴지 못하던 코스닥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중소형주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중소형주 지수도 최근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을 포함해 중소형주는 찬밥 신세였다. 역사상 최고점(2064.85)을 돌파한 코스피의 기세가 등등한 동안 코스닥은 비실댔다. 지난해 외국인과 투자자문사가 선호하는 대형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중소형주 소외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펀드 대량 환매 속에 운용사들이 중소형주 비중을 줄이면서 수익률이 더 나빠졌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코스닥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들면서 얼어붙었던 코스닥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훈풍을 불어 넣은 것은 그동안 대형주 중심으로 편식을 하던 외국인이다. 지난 연말 코스닥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외국인은 7일 하루 45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7일까지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430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지난해 12월 29일부터 7일까지 39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쌍끌이를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사자’에 나서면서 최근 코스닥의 상승률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 코스피를 앞지른다. 지난달 28일부터 7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 오른 반면 코스닥은 7.25% 상승했다. 거래대금도 크게 늘고 있다. 6일 코스닥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3조2227억원으로 지난해 1월 26일(3조3053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형주 펀드도 함박웃음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소형주 펀드의 주간 수익률은 3.64%로 국내 주식형 펀드(1.61%)를 앞섰다.

 중소형주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선행지수가 반등 기미를 보이는 데다 중소형주의 실적 개선도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의 순이익 증감률은 62.8%로 코스피(14.6%)와 큰 격차를 보였다.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순이익 전망도 차이가 크다. 1분기에 중소형주 순이익이 45.8% 늘어나는 반면 대형주는 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동부증권 김항기 스몰캡팀장은 “실적이 회복된 중소형주는 대형주보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며 “올해는 중소형주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많이 오른 코스피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중소형주의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수익성 대비 주가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질 때 올해 중소형주와 소형주의 예상 PER은 각각 8.5배와 5.5배로 대형주(10.3배)에 훨씬 못 미친다. 우리투자증권 정근해 스몰캡팀장은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 주가가 너무 많이 빠진 데다 실적까지 좋아지면 올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호재다. 삼성그룹이 5일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1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현대기아차그룹은 12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비나 부품 업체가 많은 중소기업엔 대기업의 투자 확대만큼 좋은 소식도 드물다.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 600조원 중 일부가 저금리를 견디지 못해 증시로 눈길을 돌린다면 중소형주의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박현명 연구원은 “전방산업의 실적 개선과 투자 수혜가 기대되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과 관련된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 의약품 관련주도 유망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중소형주에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기업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대형주보다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테마나 소문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도 크다. 외국인과 기관이 관심을 갖는 종목 가운데 낙폭이 큰 실적 우량주를 골라내는 게 관건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10일 이후 본격화하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와 시장 반응 등을 살펴 정부 정책과 설비투자 수혜주를 찾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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