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엇갈리면 3차까지 투표, 시민에게 상쾌함 주고 싶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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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11면

소설가 은희경(51·사진)씨는 2009년 1월부터 광화문 글판 문안 선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위원들은 각자 5편 이내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최종 문안을 결정한다. 일반인들도 교보생명 홈페이지(www.kyobo.co.kr)를 통해 광화문 글판의 문안을 제안할 수 있다. 은씨는 “뭔가 가르치려고 들기보다 감성을 건드려주는 문구를 고르려 한다”며 “길을 걷다가 잠깐 시선이 머물면서 시원한 바람을 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광화문 글판 선정위원 소설가 은희경씨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동기는.
“어느 날 갑자기 교보에서 제안을 받았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승낙했다. 평소 자주 가는 거리에서 자주 보던 것이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하고 싶다고 지원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임기는 2년이지만 한 번 연임이 관례여서 2012년 말까지 하게 된다.”

-위원회에선 어떻게 문안을 선정하나.
“회의는 3개월에 한 번이지만 수시로 e-메일로 의견을 교환한다. 지난번 문안에 대해 교보 측이 조사한 시민들의 반응도 듣는다. 선정위원의 성향이 문학·광고·언론계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 시각차가 있다. 위원장은 따로 없다. 상업광고 전문가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문안을 선호하고, 순수문학의 관점에선 창의성과 파격성을 중시하는 편이다.”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릴 때는.
“보통 3차까지 투표를 한다. 주최 측인 교보에서 나온 분들이 중심을 잡는다. 대체로 문학과 광고와 주최 측의 삼각 균형이 이뤄진다. 그 결과 지나치게 경직되지도 상업적이지도 파격적이지도 않은 문안이 탄생하게 된다. 시 구절을 따온 뒤 약간의 변형을 가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안은.
“지난해 여름 ‘너와 난’으로 시작하는 힙합 가수 키비의 힙합 가사였다. 새롭고 파격적인 시도인 동시에 대중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어 좋았다. 명언이나 교훈적인 글귀는 금세 식상해지고 경직된다. 앞으로도 광화문 글판은 지나는 시민들에게 한순간 상쾌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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