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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실뱀장어 시장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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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조원대 실뱀장어 시장을 선점하라’. 장어를 즐겨 먹는 극동아시아 4개국에 비상이 걸렸다. 양식에 필요한 치어(실뱀장어)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싸고 잘 잡히지도 않는 자연산 장어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식마저 어려워지면 장어 값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양식용 실뱀장어 생산에 성공하느냐를 놓고 한·중·일과 대만·유럽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실뱀장어 시장은 극동지역만 한 해 약 2조원에 달한다.

 흔히 (민물)장어라고 불리는 뱀장어는 생태 특성이 특이한 물고기다. 연어와 정반대로 어릴 때 강으로 들어와 민물에서 성장하다 짝짓기 시기가 되면 깊은 바다로 돌아간다. 성어(成魚)가 사는 곳은 극동 지역과 유럽, 북아메리카 등 다양하지만 산란지는 괌 인근 해역과 북대서양의 살가소 해역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인공수정이 안 되기 때문에 양식은 연안까지 다가온 실뱀장어를 잡아서 시작한다. 극동산 장어는 쿠릴해류를 타고 동남아시아·대만·중국·한국·일본 근처까지 와서는 각국의 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다 보니 실뱀장어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장어 수요가 많은 극동 4개국에서만 한 해 200t의 실뱀장어가 쓰인다. 이 중 100t을 쓰는 중국은 극동산을 포기하고 유럽산을 수입한다. 한국은 지난해 10.6t의 실뱀장어를 양식용으로 썼는데 이 중 8.2t을 수입했다. 가격도 치솟아 실뱀장어 1㎏에 800만~1000만원에 이를 정도다.

 문제는 ‘국제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조약(CITES)’에 따라 2013년부터 유럽산 실뱀장어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는 점이다. 김영만 수산과학원장은 “지금도 실뱀장어 종묘를 구하지 못해 운영을 포기하는 양식장이 늘고 있는데 중국이 극동산으로 수입처를 바꾸면 종묘 부족 현상은 훨씬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국은 수정부터 성어까지 전 과정을 인공적으로 조절해 양식하는 뱀장어 완전양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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