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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1300년 전 도선국사가 내다본 21세기 한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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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마음에 이슬 하나
전택원 지음, 바보새
516쪽, 1만5000원

후삼국시대 인물 도선(道詵)국사의 정치예언서 『도선비결』 대한 해석이다. 한문 271자로 된 『도선비결』은 위작시비도 없지 않지만, 한국철학 박사인 지은이는 전혀 다른 각도로 접근한다. 그에 따르면 『도선비결』은 조선왕조가 망한다는 예언서가 아니다. 그래서 『정감록』과 함께 조선왕조 금서(禁書)로 묶였지만, 『도선비결』에서 언급되는 조선시대는 간이역에 불과하다. 외려 21세기 한반도 새 문명에 대한 포괄적 선언이다.

 일테면 『도선비결』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예견한 걸로 유명하다. 인묘(寅卯)도 언급된다. 인묘는 호랑이해와 토끼해, 즉 6·25를 뜻한다.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포인트는 성년(聖年) 즉 거룩한 시대와 새로운 문명이 온다는 장엄한 선포로 읽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성년이란 동학지도자 수운(水雲) 최제우가 언급했던 ‘개벽이 이뤄지는 호시절’ 즉 구한말 1860년 이후 2040년까지 180년을 지칭한다. 한반도 새문명 태동은 2010년에 이미 시작된 셈이다.

 문제는 있다. 어떻게 도선이 1000년 뒤 동학을 말하고, 21세기 한반도를 예고할까?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저자는 “『도선비결』이 수운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 나라와 동학의 진운을 하나로 엮어보고 있다”(217쪽)는 쪽인데, 그게 이 책의 매력이자 특징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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