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의날 특집] 광활한 사이버영토는 매니어들 잡지천국

중앙일보

입력

1일은 제34회 잡지의 날. 잡지는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손꼽힌다.

이번 잡지의 날 기념식에서 금관문화훈장에 추서되는 월간 '사상계'의 발행인 장준하 선생도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의 척박한 문화 현실에 저항한 문화전사였다.

90년대 후반 한국 잡지는 다양한 문화전사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보급이 가져다준 광활한 '사이버 영토' . 이곳에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1인잡지들은 21세기 잡지의 변화를 이미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 매니어층. 문화적 소수의 제 목소리 내기는 출판 잡지 시장의 '춘추전국' 시대를 열었다.

◇ 1인잡지〓인터넷의 웹(Web)
과 매거진(Magazine)
의 합성어인 웹진(Webzine)
은 기획.편집.기사작성을 혼자 다해내는 1인잡지 분야의 선구자 . 여기다 이른바 메일진(Mailzine)
의 급속한 성장으로 그 가속도가 더해가고 있다.

99년부터 한국에 본격화된 메일진은 홈페이지를 찾아가야만 내용을 볼 수 있는 웹진과 달리 전자 메일을 통해 송.수신되는 방식이다.

메일진의 발행과 구독이 이뤄지는 유통시장은 이를 중계해주는 중계 사이트의 몫. 올해 문을 연 메일진 중계사이트 '이지페이퍼' (http://www.ezpaper.com) 의 경우 10월28일 현재 1천6백53명의 발행인과 39만5천9백3명의 구독자를 갖췄을 정도다.

◇ 매니어 잡지〓소구층의 세분화도 90년대 후반 잡지의 주요한 특성. 특히 문화 수준의 향상에 따른 매니어 집단의 형성이 큰 기여를 했다.

음악잡지의 경우 기존에 대중.순수 음악 정도의 분류였다면 이제는 재즈.록.언더그라운드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플래툰' '밀리터리월드' '컴뱃암즈' 등 군사 전문 잡지가 수년째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주 독자층이 대학생과 30대 직장인이라는 월간 '플래툰' 의 이대영(43)
편집장은 "관심 영역의 세분화라는 90년대 후반의 문화적 토양이 없었다면 우리 잡지는 창간될 수 없었을 것" 이라고 설명한다.

◇ 마이너리티의 잡지〓동성애자.10대와 같은 문화적 소수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8년 창간되어 동성애자를 위한 문화공간 소개, 동성애자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옹호 등을 담고 있는 '버디' 가 그 예. 대학가 서점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동성애 잡지들은 80년대 대학가의 정치 팜플렛에 비견되고 있다.

채널텐(http://www.ch10.com) 과 같은 10대들의 인터넷 잡지는 그들만의 은어를 모은 '길거리 단어장' 같은 코너를 통해 10대들이 언어파괴 현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현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상균 기자

<hothe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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