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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품격 있는 당신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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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너무 예뻐서 구경 왔습니다. 혹시 뭐 하는 곳인가요?” “한우 전문점을 하려고 합니다” “마침 잘됐네요. 제가 한우 요리 전문가인데 제 얘기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이렇게 한우 전문점 ‘소담’의 주인장 김양엽(31)씨와 21년 경력의 한우 전문요리사 정동호(40)씨는 인연을 맺었다.

 소담은 천안시 유량동 초입에 지난해 12월 초, 새롭게 문을 연 한우 코스요리 전문점이다. 김씨는 4년여 동안 영업직 일을 하다가 최근 아버지 소유의 땅에 건물을 지어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시장 조사를 한 후 내린 결론이 한우 전문점이었다.

 일부에서는 한우가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장 조사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김씨는 오히려 “한우가 대중적이지 못하다면 특별함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축설계부터 한우 전문점

품격 있는 상차림을 자랑하는 한우 전문점 소담은 청주의 육가공업체로부터 1+ 이상의 한우만 공급 받는다. [사진=조영회 기자]

김씨는 건축 설계를 할 때부터 한우고기전문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명품 한우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최대한 건축미를 살려 품격을 높였다. 인테리어는 물론 그릇 하나도 최고 수준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숯도 최상품을 쓴다. 한우는 청주에 있는 육가공업체와 1+이상만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점심특선인 떡갈비나 설렁탕, 육회비빔밥 등도 모두 최상품의 한우로 만들고 육수를 낸다. 코스 요리도 20가지가 넘는 요리가 제공되지만 시내권 대형 매장과 비교해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귀한 손님을 모셔야 한다면

고소득층은 자주 즐길 수 있겠지만 한우는 서민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업 때문이던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던 귀한 손님을 모셔야 하는데, 비용도 생각해야 하고 어디가 좋을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소담은 제격이다.

 건축미가 돋보이는 외관에서 일단 품격이 느껴진다. 다음은 상차림에서 만족해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음식 맛이다. 고집스럽게 품격을 따지는 김씨 못지않게 요리사 정씨 역시 장인다운 고집이 있다.

 정씨는 1만원 안팎의 점심 특선메뉴 중 떡갈비 정식 하나도 직접 빚어 만들어 내놓는다. 육수나 소스 하나도 업체로부터 공급 받는 법이 없다. 손님들은 이 같은 정씨의 정성을 입맛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치셨다면 ‘휴’로 오세요

[사진=조영회 기자]

소담에서 식사를 마치면 꼭 들려야 할 곳이 있다. 2층에 있는 커피전문점 ‘휴’. 소담 주인장 김씨의 여동생인 혜영(30)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혜영씨가 소담을 찾는 손님에게 묻어간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혜영씨는 2003년부터 천안시 신부동에 있는 ‘운보 찻집’에서 일을 하며 커피를 배웠다. 이후 커피에 대한 배움의 열정이 커 서울로 상경해 카페라리, 빈스앤 베리즈, 한화갤러리 델리카페 등 명품 거피전문점에서 일을 하며 커피 맛을 내는 일에 힘을 쏟았다.

 그 사이 커피바리스타 교육과정이 생겨 자격증도 획득했다. 휴 매장에는 5kg용량의 ‘디드릭’이라는 커피 볶는 기계가 있다. 직접 매장에서 볶은 커피를 맛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자리에서 직접 볶아 내놓는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의 맛은 더 말할 나위 없고 각종 유기농 차의 맛과 향이 압권이다. 아이스크림 와플 맛도 일품이다. 혜영씨는 겉은 바삭 하고 가벼우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찾기 위해 와플의 새로운 래시피를 개발했다. 초콜릿을 듬뿍 넣어 촉촉한 리얼브라우니 맛도 그만이다.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김씨 남매는 사업 구상단계에서 특별한 가치와 품격을 컨셉트로 잡았다. 그래서 일반 건축물 보다 훨씬 많은 돈을 들여 미술관 같은 건물을 지어 올렸고 인테리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였다.

 그릇이나 커피 잔 하나도 일일이 발 품을 팔아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찾아 갖췄다. 한우를 포함해 밑반찬 하나도 최고의 식재료를 공급 받아 정성스레 요리해 내놓고 있다. 최상의 가치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 값 부담은 최대한 줄였다.

 김씨 남매는 “큰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익이 적게 남더라도 소담과 휴를 찾아 준 손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만족해한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는 것이다.

▶문의=소담 041-568-8811, 휴 041-567-8799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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