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수입차 도우미는 국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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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지만 2000년대 이후 국산 신차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수입차 보급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BMW·메르세데스-벤츠·렉서스처럼 고급 브랜드가 주도하던 수입차 시장이 최근 도요타·혼다·닛산·폴크스바겐 등 보급형 브랜드 위주로 재편돼 수입차와 국산차 간 가격 차이가 줄어들었다. 중심에는 지난해 국산차 시장의 78.5%(국내 5개사 공시 기준)를 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차)이 있다. 사실상 독과점 상태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신차 가격을 대폭 올리고 있다.

 중형차인 현대 쏘나타의 가격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1998년 출시된 EF쏘나타는 시판 가격(이하 2.0 모델 기준)이 1390만(GV)~1635만원(골드)이었다. 2004년 NF쏘나타를 출시하며 1625만(기본형)~2060만원(프리미어)으로 올렸다. 2009년 YF쏘나타 출시 때 가격 상승은 가팔라졌다. 2130만(그랜드)~2820만원(스포츠)으로 NF에 비해 500만원 정도 올랐다. YF쏘나타 F24 GDi의 가격은 2888만~3000만원이다. 도요타 캠리 2.5L와 혼다 어코드 2.4L는 3490만원에, 닛산 알티마 2.5L는 현재 34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50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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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 이남석(경영학) 교수는 “현대차가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가격을 크게 올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여전히 수입차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은 현대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중형 아반떼의 상승폭도 크다. 2000년 아반떼XD 출시 당시 814만(GL)~1055만원(디럭스)에 판매했다. 지난해 출시된 아반떼MD는 1490만(디럭스)~1890만원(톱)으로 가격이 거의 두 배가 됐다. 엔진 배기량이 0.1L 늘어나고, 10년간(2000~2010년) 생산자물가상승률(한국은행 기준)이 23.2%임을 고려해도 가격상승 폭이 너무 크다는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자동차 전문지 평가에서 현대차가 동급 차종보다 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수입차와 여전히 가격 차이가 있는 만큼 가격을 지나치게 올렸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김태진·김선하·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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