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저우루이양, 최후의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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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저우루이양 5단 ●·원성진 9단

제14보(174∼192)=엷다는 것은 빚쟁이로 사는 것과 같다. 이쪽을 막으면 저쪽이 뚫리고 저쪽을 막으면 이쪽이 시달린다. 고수들이 ‘두터움’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것도 엷음의 악몽을 너무도 많이 겪어본 탓이다. 그러나 두터움을 얻으려면 실리의 유혹을 떨쳐야 하니 그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종반에 ‘집 부족 증’의 고통과 갈증을 겪어본 사람은 실리의 유혹을 감히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판은 좀 다른 코스로 흘러왔지만 지금 현재는 흑이 두텁고 백이 엷다. 저우루이양 5단의 174도 엷음에 대한 보강. 손 빼면 ‘참고도1’의 수순으로 대마가 사활에 걸려든다. 여기서 원성진 9단의 177이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한다. 우하가 깨끗이 죽어있다면 계산서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177로 인해 무언가 맛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몇 집인가를 당한다면 백은 그대로 밀리게 된다. 특히 후수를 잡는 날엔 흑이 좌하귀를 지켜 끝이다.

 우선 ‘참고도2’처럼 몽땅 집으려는 것은 너무 맛이 나빠 수가 나고야 말 것이다. 그래서 182로 물러서자 원성진은 183∼189로 이득을 취한다. A로 이으면 흑B. 이것으로 바둑은 땡땡 끝난다. 그 점에서 저우루이양의 190∼192는 최후의 저항이며 승부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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