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희〉 극본 쓴 정성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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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희' 가 인기를 얻는 데는 탄탄한 극본을 쓴 정성희(33) 작가의 몫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는 '국희' 에 대해 "스토리가 불분명한 요즘 드라마와는 달리 전통적인 스타일의 '힘 있는 이야기' 가 받침이 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고 분석한다.

'국희' 는 척박한 환경에서 여성이 성공하는 과정을 그리겠다는 정씨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제과.제빵 분야를 다루자는 연출자 이승렬 PD의 아이디어가 가미된 것.

정씨는 극본을 쓰기 위해 각 제과 업체를 돌며 기업의 성장사를 정리했다. 'C제과 창업자의 일대기를 그렸다' 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정씨는 "식용 글리세린으로 샌드 비스킷을 만드는 과정을 차용했을 뿐 그 회사의 창업자와는 무관하다" 고 말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뭐니뭐니해도 초반부 아역들의 깜찍한 연기 때문. 그는 "주인공 국희의 강인한 의지와 타고난 운명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시절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며 "극본을 쓰며 내가 떠올렸던 이미지가 아역 배우의 연기에서 그대로 살아나 나 자신도 놀랐다" 고 이야기한다.

'국희' 의 특징은 시청자들이 다소 딱딱하다고 느낄 정도로 멜로적인 요소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는 원래 남자들 이야기를 쓰는 게 편해요. 정치.역사에 관심이 많거든요. 이번에도 기업을 축으로 정치와 사회 문제를 녹이다 보니 멜로가 들어갈 자리가 크지 않죠. 현재 가장 어려운 과제는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결합시키느냐 입니다. "

정씨는 9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뒤 98년 '제로로 가는 남과 여' 로 MBC 극본 공모에서 당선했고 올해 1월 방송한 '흐르는 것이 세월 뿐이랴' 의 극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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