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고리 끊겠다” 지자체, 명단 공개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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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사 청탁자 명단 공개 바람이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하고 있다. 인사 때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청탁·로비를 근절하려는 몸부림에서 나온 초강수다.

 전북 익산시는 지난 달 31일 행정전산망 ‘인사발령 게시판’에 인사 청탁자 명단을 공개했다. 청탁자는 사회복지과·주택관리과·징수과·의회사무국 1명씩 모두 4명이었다. 이름은 뺀 채 소속 부서와 직급을 게재했지만 대상자가 누구인지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명단 공개 직후 익산시청 직원 1400여 명 가운데 95% 이상이 조회를 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익산시가 1월 말 인사를 앞두고 청탁자 공개라는 카드를 뽑아 든 배경에는 조직 쇄신을 위해 능력 위주의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익산시청 주변에서는 그 동안 인사 시즌마다 “국회의원이 밀고 있다” “유력자에게 줄을 댔다” 는 등 온갖 루머가 돌았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너도 나도 줄을 대기 위해 유력 인사를 찾아 다니기도 했다.

 익산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도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국 73개 시 중 53위, 전북지역 6개 시 중 5위로 나타났다. 청렴도 평가는 민원인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패 경험도와 업무처리 투명성, 청렴 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에 익산시 고위간부들은 “공정하고 엄격한 인사로 바닥에 떨어진 청렴도를 끌어 올리겠다. 인사 청탁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유기상 익산 부시장은 “실적과 능력에 따른 인사가 이뤄져야 일하는 조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경쟁력이 살아난다”며 “인사 청탁이 계속될 경우 실명을 공개하고, 퇴출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도 최근 인사 청탁하는 직원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모든 인사는 원칙에 따라 업무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겠다. 인사나 부탁하고 다니며 안위만을 쫓는 직원은 승진 대상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시는 인사 청탁 공무원을 내부 전산망에 공개하기로 했다. 한범덕 시장은 “기존의 인사제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사 보장을 위해 청탁 공무원 명단을 공개하는 등 특별관리하고, 기획·예산·인사 등 선호 보직은 공모심사제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증평군도 지난해 말 인사 청탁 직원은 반드시 불이익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10대 쇄신 과제를 발표했다.

 주민 문영록(익산시 영등동)씨는 “인사 청탁자 공개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연줄문화나 매관매직 풍토 단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1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대석·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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