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해요] 하나님이 맺어준 나의 신랑 양태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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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오빠의 수줍은 고백을 받고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우리 이렇게 결혼하게 되기까지 참 오랫동안 오빠를 기다리게 했지요?

 늘 연애초보라며 오빠를 놀리곤 했지만 7년의 시간을 간직해온 피앙세 반지를 끼워주며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라고 말해준 오빠를 보며 어느새 난 ‘이 사람, 7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겠구나’란 믿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어떤 화려한 이벤트나 달콤한 고백보다도 오빠의 한결같고 진실한 그 마음에 나는 꽁꽁 묶여버린 것 같아. ‘난 O형 여자’라며 쿨한 척 했지만 사실은 꼼꼼하지 못해 늘 잊어버리고, 흘리고 다니고 무심한 성격 탓에 100일, 200일, 300일, 400일, 500일, 600일 모두 오빠가 챙기게 만든, 알고 보면 ‘허점투성이’인 나를 ‘하나뿐인 내 여자’로 여기고 아끼고 사랑해주어서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우리가 처음 만난 둘로스(Doulos, 국제오엠선교회 선교선)에서 배 멀미로 누워있는 나와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난 내 일 챙기기도 바쁜데 늘 분주하게 다니며 주변까지 챙기던 오빠. 매주 서울-천안-부산을 이웃 다니듯이 오가면서도 힘든 내색, 불평 한마디 안하고, 서로 다른 생각 앞에서 난 내 고집부터 세우지만 기도 먼저 드리는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하나님의 용사’라는 생각을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백만장자도, 일류대학 출신도 아니라 바로 겸손히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이란 거, 오빠를 만나면서 깨닫게 된 거예요. 내가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조금씩, 조금씩, 나의 마음을 변화시켜주어 고마워요. 그렇게 삶을 통해 믿음을 보여준 오빠,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할게’라고 내게 한 약속도 꼭 지켜줄 거라 믿어요.

 살다 보면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데 난 내 모습보다 오빠의 그 신실한 모습으로 닮아지게 되면 좋겠어요. 오빠,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아온 것 같아요. 이제 그 사랑 주변에 나누고 우리 사랑도 더욱 크고 아름답게 키우면서 살도록 해요.

 그리고 막내딸 시집보낸다고 눈물부터 보이신 우리 엄마. 제가 아직 철이 없어 엄마에게 걱정부터 앞서게 만들었지만 지난 30년 동안 믿고 지지해 주셨듯이, 이번에도 아빠, 엄마의 믿음대로 예쁘고 행복한 가정 이루고 살 테니 너무 걱정 말아요. 아울러 늘 기도로 후원해 주시는 아버님, 어머님. "최고의 효도는 저희 두 사람, 사랑하며 사이좋게 사는 것”이라고 하셨던 그 말씀 꼭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저의 부족한 부분도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아껴주시는, 넓은 마음을 가진 부모님을 모시게 되어서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 신랑·신부 양태호(32)·전수정(30)
■ 신랑 부모 양도철·이남순
■ 신부 부모 전민수·황문선
■ 일시 2011년 1월 8일(토) 오후 2시
■ 장소 부산 신평동 한울교회 3층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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