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붙임성 좋은 친구, 라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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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나는 우유입니다.

사람들은 애기 때부터 저를 벌컥벌컥 들이켜며 자라죠. 어른이 되면 커피숍에서 홀짝홀짝 천천히 마십니다.

과거 커피숍에서 저는 커피 원액에만 섞였습니다. 바로 카페라테죠. 그런데 2~3년 전부터는 다양한 친구와 섞이고 있습니다. 처음엔 가루 녹차였죠. 그 친구 덕분에 녹차라테라는 이름을 달고 깔끔한 맛으로 여성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다 고구마가루와 호박가루를 만나 든든한 간식으로 인정받았고요. 요즘은 상상치도 못한 녀석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팥빙수에나 얹혔던 통단팥, 10여 가지가 넘는 곡물, 매콤한 생강, 상큼한 블루베리, 달콤한 바나나, 버블티에 들어가는 열대과일 타피오카. 저와 몸을 섞는 친구들입니다.

의외라고요? 더 개성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와사비와 굵은 소금이죠. ‘그게 우유와 어울리느냐’며 기겁하는 사람도 있죠. 그러나 매니어층도 생겼답니다.

저도 아직은 이 친구들이 낯설지만 한편으론 설렙니다. 앞으론 또 어떤 다양한 친구가 저를 찾아와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신시켜줄지 기대가 되거든요.

우유가 보내는 편지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테’는 이탈리아어로 우유이고, 카페라테는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1:1.5의 비율로 섞는 거예요. 젊은층에서 커피 붐이 본격적으로 인 건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방영 후예요. 덕분에 라테아트 등에 대한 관심도 커졌죠. 라테에 관심이 커지니 커피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섞기 시작했어요. 젊은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에 대한 욕구가 강하잖아요. 다양한 즐거움을 느끼려고 하고요. 웰빙 열풍도 이유죠. 블루베리는 수퍼푸드라서, 곡물과 바나나·단팥은 식사 대용으로, 소금과 와사비는 독특한 맛에 매력을 느껴 찾는 것 같아요.”

바리스타 심경현(24· 프라자호텔 ‘더 라운지’ 근무)

이색 라테, 집에서 만들기

●안전한 걸 원한다면

바나나 라테-바나나 1개, 뜨거운 우유200mL, 설탕 시럽 20mL를 믹서에 함께 넣고 간다.

●도전정신이 강하다면

와사비 라테-와사비 가루 1티스푼을 설탕 시럽 20mL에 갠 뒤 뜨거운 우유200mL에 넣고 믹서에 간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소금 라테-굵은 소금 1/2티스푼을 캐러멜시럽 30mL에 갠다. 뜨거운 에스프레소 원액100mL와 뜨거운 우유 150mL를 섞고, 소금캐러멜시럽을 넣는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장소 협찬=프라자호텔 ‘더 라운지’(02-310-7400)

라테 스타일링=바리스타 심경현

TIP 라테, 산도 높은 과일하고는 안 친해요

라테가 다양한 재료와 어울리게 된 데는, 우유의 특성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도넛플랜트뉴욕시티 김기성 대표는 "우유는 어떤 재료와 섞어도 대부분 맛이 있다”고 말한다. 우유가 다양한 재료와 어울리는 것은 사실. 그러나 간혹 안 어울리는 재료도 있다. 특히 귤이나 레몬처럼 산도가 강한 과일은 라테 만들기에 적당하지 않다. 산도가 강한 과일이 우유를 만나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요거트처럼 뭉쳐 버리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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