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진학 노크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처음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죠. 시험장을 나오면서 ‘재수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2006년 11월 수능 시험장을 빠져 나오던 조효석(22·위스콘신-메디슨대 2)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수능 당일 너무 긴장한 탓에 영역별로 평소 성적보다 1~2등급씩 떨어졌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수시모집 결과도 좋지 않았다. 내년을 기약하며 재수를 준비하려던 조씨에게 부모님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유학을 고려해 보는 건 어떻겠니?”

절박한 심정에서 찾아간 상담센터

 “처음엔 웃어 넘겼죠. 미국 대학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준비도 전혀 안 했으니까요.” 그런데 수능 성적표를 받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약대를 희망하는 자신의 꿈과 매일 지겹게 이어질 재수생활이 겹쳐 떠올랐다. ‘가능하다면 해보자’란 생각에 이르렀다. 절박한 심정에 챙길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들고 강남의 한 유학센터를 찾았다. 모의 토플을 보고 상담한 결과, “충분하다”는 예상 밖의 대답을 들었다. 고교 내신성적을 4.0 만점 기준으로 계산하니 3.78이 나왔다. 듣기와 읽기 문제만 봤던 모의토플에서는 각각 26점씩 52점이 나왔다(듣기·쓰기·읽기·말하기 각 30점씩 총 120점 만점).

 그는 입학이 쉬운 커뮤니티칼리지(미국 2년제 단과대학)를 거쳐 주립대학에 편입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유학센터에선 곧바로 주립대학에 도전해도 괜찮다고 제안했다.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수능 성적표를 받고 한 달, 미국대학입시라는 새 도전이 시작됐다.

우연에 행운이 겹친 기회를 살려

 조씨는 미국대학을 준비하면서 모든 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워낙 급하게 결정해 미국 대학 원서 접수에 필요한 토플·SAT 등을 준비할만한 여력이 없었다. 그 해 미국 대학에 성적을 제출하려면 1월안에 토플과 SAT에 응시해야 했다. 시험준비기간은 단 2~3주였다. 영어실력은 있었던 터라 첫 토플응시에서 92점을 받았다.

 문제는 SAT 시험이었다. 12월초까지 시험접수를 했어야 하는데, 조씨가 미국 대학 준비를 결정한 것은 1월 초였기 때문에 SAT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 방법을 찾던 중 사전접수를 못한 경우 시험 결원이 생기면 응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무작정 SAT 시험장으로 찾아갔죠.” 다행히 시험 결원이 있었다. 지레짐작으로 포기했다면 얻을 수 없는 기회였다. 행운은 한 번 더 반복됐다. 1월에 봤던 SAT시험이 문제유출사건에 휘말리면서 모든 한국 수험생의 성적이 취소됐다. 이것이 조씨에겐 도리어 기회가 됐다. 3월 재시험이 가능해지면서 준비 없이 볼 수 밖에 없었던 SAT를 좀더 여유있게 대비할 수 있었다.

 최종 SAT 성적은 1850점.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얻은 결과였다. 그렇게 위스콘신-메디슨 대학과 퍼듀(Purdue)·미시간주립대(MSU) 등 총 6개 미국대학에 합격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SAT 응시가 불가능하다고 낙담만 했다면, 준비 기간이 얼마 안된다고 지레 겁 먹었다면, 지금의 전 없었을 겁니다.”

 조씨는 현재 위스콘신-메디슨대에서 약대 전공 진입을 위한 수업을 듣고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요. 이제 시작인걸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세요. 노력하고 길을 찾으면 방법은 있게 마련입니다. 화이팅~”

[사진설명] 조효석(사진)씨는 “내신과 영어실력을 점검해 미국 대학에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황정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