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난 중국 믿지 못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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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믿지 못하겠다. 일본과의 관계는 더 나빠질 수 없는 상태다. 남한의 대기업은 왜 개성공단에 진출하지 않는가.”

 2009년 8월 김정일(얼굴) 국방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이같이 토로했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3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방북했던 현 회장은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문제를 논의하고 돌아왔다. 그 뒤 같은 달 25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대사와의 조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 대해 별도의 배경 설명 없이 “믿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이 만나기 전인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이루어졌다. 이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제동을 걸지 않고 “북한의 핵실험을 결사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또 개성공단에 남한의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내며 현 회장에게 그 이유를 묻기도 했다.

 현 회장은 북·일 관계와 관련, “2년 전(2007년)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만 해도 전쟁배상금을 어떻게 얻어낼지에 몰두하고 있었으며 대일관계 개선을 낙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 사이 북한의 과거 청산 요구와 일본이 제기한 납치 일본인 석방 문제는 평행선을 달렸고 2009년 5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했다. 현 회장은 “북한의 한 고위 관리에게 ‘김 위원장이 평양 거리에서 일본제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불신 발언에 대해 현대그룹은 "현 회장은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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