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음료 매각 향방에 업계·금융권 비상한 관심

중앙일보

입력

난항을 겪고 있는 해태음료 매각협상과 관련해 인수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해태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최근 홍콩 클라리온캐피털사로의 해태음료 매각이 불발로 끝난 뒤 2순위로 입찰한 업체와 다시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조흥은행측은 2순위 업체와 매각협상에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과연 2순위 업체가 어디인가에 음료회사 등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음료시장에는 그동안 인수 후보업체로 거론돼 온 롯데칠성음료가 해태음료 인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음료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18일홍콩 클라리온캐피털사가 해태음료 매각을 포기한 것으로 밝혀진 뒤부터 롯데칠성음료가 해태음료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아니냐며 해태음료 매각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제일제당과 한국코카콜라는 해태음료 매각 결과에 따라 음료시장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할때 롯데칠성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롯데칠성이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롯데그룹의 후광을 업고 있는 것도 이런 추측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사실무근"이라며 "특히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는 과즙주스 등 해태음료와 겹치는 제품들이 많아 인수해봐야 별로 이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롯데칠성의 해태음료 인수설이 수그러들지 않고있다. 그동안의 롯데그룹 행보로 비춰볼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지난해초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대규모 사재를 출연키로 한 뒤 롯데는 대한생명과 진로쿠어스 매각협상에도 인수의사를 내비치며 줄곧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되어 왔었다.

한편 해태음료측은 "롯데의 해태음료 인수는 말도 안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두 회사가 각각 호남과 영남권에 기반을 두고 70년대부터 국내 음료시장을 양분해 온 최대 라이벌이라는 정서를 감안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롯데의 해태음료 인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 영업망, 제품구색 등이 대부분 겹쳐 인수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할때 롯데칠성의 해태음료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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