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격증, 베트남선 박사보다 더 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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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출신 훈련생들이 대전 우송대학교에서 IT교육을 받고 있다. [대전=양광삼 기자]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왔던 베트남인 A씨는 2008년 4월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을 따서는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격증 시험을 관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에게 “베트남에선 자동차 강국인 한국 자격증이 박사 학위보다 더 권위가 있다”며 “고향에서 자격증을 걸어놓고 정비업소를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대학교수 월급은 한국 돈으로 10만~15만원 정도라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 자격증을 따온 숙련 정비공은 4~5배는 더 번다. KOTRA의 베트남 지사 관계자는 “월 50만~80만원은 거뜬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3전4기 만에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딴 중국인 진이후아(37)도 고향에서 한식당을 열 계획이다. 그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홍보하면 손님이 많이 몰릴 것”이라며 “돈이 모이면 한국에도 음식점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국가기술자격증이 외국인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류 열풍에다 일부 동남아·중앙아시아 국가의 ‘한국 배우기’ 바람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2일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국내에서 자격증을 딴 외국인은 20만3150명에 달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외국인의 자격증 취득이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미용사와 한식조리기능사는 매년 100명 안팎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인기종목’이다.

외국인이 자격증을 따는 데 별 제한은 없다. 단, 필기시험은 한국어로 치러야 한다.

 유재섭 공단 이사장은 “한류 바람과 자동차·정보기술(IT) 강국의 이미지가 외국에 각인되면서 우리 자격증을 따려는 외국인이 갈수록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자격증을 따는 외국인의 국적도 중국·베트남·몽골·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하다. 공단 자격기획팀의 권기목 차장은 “대부분 한국 자격증을 발판 삼아 자국에서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에서 한국 자격증 취득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몽골의 간디 노동부장관은 “몽골 사람들이 한국에서 건설기술과 관련된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공단은 3일부터는 중국어와 베트남어로도 자격증 필기시험을 실시한다.

글=김기찬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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