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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구제역·AI, 가열조리하면 걱정 없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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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이 자주 접하게 된 전문용어가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쉽게 말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병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람의 전염병 중 49%가 인수공통전염병이란 통계도 있다.  광견병과 광우병은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사람과 개, 사람과 소가 동일한 병원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이 광견병에 걸리면 공수병(물을 두려워하는 증상이 있어서), 광우병(BSE)에 감염되면 변형 CJD(vCJD)라고 달리 표현한다.

 콜레라와 돼지콜레라(돼지열병)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 콜레라는 사람, 돼지콜레라는 돼지가 걸린다. 두 질병이 인수공통전염병이 되려면 사람과 돼지 사이에 존재하는 종간(種間)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과 소·돼지 등 우제류, 닭·오리 등 조류 사이엔 종간 장벽이 마치 고산준령처럼 떡 버티고 있다.

 농경문화가 시작돼 사람이 소·돼지·닭 등을 가축화하기 전엔 소는 소끼리, 사람은 사람끼리만 전염병을 서로 나눴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과 동물이 가까이 지내면서 종간 장벽의 일부가 낮아지거나 허물어진 결과다.

 조류인플루엔자(고병원성 H5N1 인플루엔자)가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데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1997년 홍콩에서 첫 감염자가 나온 이래 13년간 전 세계에서 500명가량이 AI에 감염됐다. 사람의 계절성 독감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지만 아직 건재하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인지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1966년 영국에서 실제 사람이 감염된 적이 있으며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꽤 있다.

 학술적으로 더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설령 구제역이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히 긴장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 감염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며,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가볍고 자연치유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구제역과 AI는 둘 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며, 열에 약하고 직·간접 접촉을 통해 옮겨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가열조리하고 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AI의 사람 감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오리 등 조류와의 직접 접촉이나 AI 감염조류의 배설·분비물에 오염된 사물과의 간접접촉을 통해 일어난다. 따라서 당분간 생닭·생오리 등을 직접 만지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길가에서 죽은 철새 등 야생조류를 보더라도 만지지 말고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단 마트에서 판매되는 포장된 닭이나 계란은 만져도 괜찮다. 포장닭을 통해 AI가 전파된 사례는 일절 없다. AI에 걸린 닭은 계란을 낳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제역 유행시기엔 일반인이 살아있는 소·돼지를 만지거나 축산농가를 방문하는 일은 엄격히 금지된다. 옷·신발 등에 묻은 바이러스가 다른 농장에 구제역을 옮겨줄 수 있어서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과 접촉한 사람의 비강 내에서 구제역 바이러스는 약 28시간 머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방역청, APHIS). 자신은 구제역에 걸리지 않지만 소·돼지에게 구제역을 퍼뜨리는 매개원이 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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