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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파도, 파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9호 11면

새벽에 나서는 해돋이는 아니어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남해도를 돌아다녔습니다. 큰 길은 제쳐두고 후미진 바닷가 길을 찾았습니다.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해바다처럼 탁 트인 바다는 아니지만 가깝고 먼 섬들이 늘어선 남해바다도 넓었습니다. 멀리 바다의 끝이 보이는 듯하지만 결코 그 끝을 볼 순 없습니다. 그러나 발밑을 치고 오는 파도를 통해 바다의 끝을 생각해 보면, 아마 그 끝도 누군가의 발밑을 적시고 있을 겁니다. 한 파도가 또 한 파도를 밀고, 또 한 파도가 밀려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또 한 해가 시작했습니다. 이어져 있는 날들이지만 괜한 감상에 빠져도 용서가 되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감상이라 함은 새해에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는 마음일 겁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럴수록 스스로를 옥죄게 됩니다. 차라리 계획 세우려는 마음조차 지워버리고 파도와 파도가 이어지듯 그리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살아감은 내일을 알 수 없으나 그 끝이 무언인지는 압니다. 당연한 이치를 몸으로 깨닫길 파도에 기대어 빌어 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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