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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정부 때 대법관 김영란 계속 고사하자 … 임태희 “정치 무관한 자리” 닷새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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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당초 연초에 하려고 했는데 기자들의 취재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빨리 하자고 했다”고 농담했다. 춘추관(청와대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 송년회에서다.

 하지만 ‘12월 31일 개각’을 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인사문제에 휘둘리지 말고 2011년 첫날부터 곧바로 일을 시작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생각이 확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12월 29일까지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고, 30일엔 종합토론회를 열었다. 그런 다음 김황식 총리를 30일 오후 청와대로 불러 인사 협의를 마쳤고, 31일 개각 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도 능력에 따라 발탁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는 이유로 요직에 기용되지 못했던 김석동 전 재경부 차관을 금융위원장에 내정한 것이나, 김영란 전 대법관을 국민권익위원장에 발탁한 걸 말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정치와 무관한 자리”라며 “닷새 동안 밤낮으로 설득작업을 폈다”고 고백할 만큼 김 전 대법관에 대해선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번 개각의 중요한 고려 요소는 ‘검증’이었다. 야당의 창을 피해가기 위해 청와대의 검증작업은 혹독했다고 한다. 31일 오전 청와대에선 정동기 감사원장,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모의 청문회가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임 실장에게 “의혹에 대해 본인들이 수긍할 만한 답을 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할 경우 후보자를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안보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병역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였다. 공군 법무관 출신인 정동기 후보자와 해병대 출신의 정병국 후보자, 육군 중위 출신인 최중경 후보자 등이 그 예다.

사실상 수석급인 메시지기획관으로 일하다 비서관급인 기획관리실장으로 자진 강등한 상황에서 일해온 김두우 실장의 직급은 ‘기획관급’으로 격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며 “직급은 수석과 비서관 사이의 ‘기획관’이지만, 수석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사기획관직 폐지=2009년 9월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인사추천과 검증을 담당할 인사기획관을 두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에도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청와대는 31일 “인사기획관직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당초 “누구나 수긍할’ 판관 포청천’ 같은 인물을 찾겠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한 셈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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