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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함께 이루자 -미래는 스스로 만드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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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해 첫 아침이 밝았다. 한 해의 첫날에 의미를 두는 것은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이다. 보다 나은 미래를 맞겠다는 바람이다. 지난 시간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매듭짓고 떨쳐버리는 새 출발이다.

 한민족 역사에 격동 아닌 해가 드물지만 2011년은 더욱 불확실하다. 암운(暗雲)을 일으키는 당사자가 통일의 대상인 동족이라는 점은 아이로니컬한 숙명이다. 멀쩡한 초계함이 꽃다운 청춘들을 끌어안고 수장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름다운 섬마을이 포격에 찢어지는 참변은 또 어찌 상상할 수나 있었겠는가.

 반인륜적 도발을 불러온 불안정한 정세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북한 사정은 악화일로다. 내년 강성대국의 완성을 위한 내부단결과 권력승계를 위해 긴장감을 더 높이려 할 것이다. 중국도 자국 이익을 위해 북한을 감싸고 도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지배해온 세계질서에 더 거칠게 도전할 것이다. 중국 역시 내부적으로 권력승계를 준비하는 민감한 시기다. 미국은 지난 연말 선거로 불안정한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한반도는 전지구적 헤게모니 싸움의 접점이며, 북한은 언제든 불씨를 던질 수 있는 집단이다.

 공동체의 평화와 안전 없이 번영은 있을 수 없다. 북한 문제를 방치할 경우 암운은 더 짙어질 것이며, 결국 피해는 우리의 몫이다. 북한의 선의(善意)를 기대하는 허술하고 방관적인 대북정책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재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에 진력(盡力)해야 한다. 확고한 안보와 유연한 외교라는 ‘투 트랙’이 필요하다.

철통 같은 경계와 방어망 구축으로 북한이 추가 도발할 생각 자체를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남북 간 대화를 통해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차원의 교류를 재개해야 한다. 6자회담과 같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반도 주변 강국들을 움직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북한까지 끌어안고, 강대국들과 함께 동북아의 긴장완화를 이뤄내야 한다.

 공존공영(共存共榮)이란 목표는 분명하나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왕도는 없다. 확실한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역량을 키우고 힘을 모아 돌파해야 한다. 그 선두에 설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통령은 선봉이다. 문제는 레임덕이다.

임기 4년차를 맞아 차기 대권주자들이 움직이면서 정치판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이 예상된다. 대통령은 ‘밀어붙이기식 리더십’을 벗어나야 한다. 시간처럼 레임덕은 비켜갈 수 없다. 여야를 아우르고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소통의 정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차기 대권주자들을 포함한 정치인들도 국가안위·국민생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정파 이익을 버려야 한다.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면 번영은 뿌리내릴 수 있다. 경제전망은 어둡지 않다.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4% 성장은 무난해 보인다. 물론 조심해야 할 대목은 많다. 세계경제가 아직은 불안하다. 중국이라는 성장의 엔진이 꺼지지는 않겠지만, 그에 따른 무역갈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병(伏兵)도 만만찮다. 정부와 가계의 빚도 더 이상 늘어나게 방치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성장에 따른 사회갈등은 미리미리 경계해야 한다. 성장의 과실이 한쪽으로 쏠리는 사회 양극화는 공생의 길을 위협한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 그 심리를 파고드는 포퓰리즘 선동이 사회불안정을 조장한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판의 포퓰리즘이 가세될까 우려된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난국에 내부 균열은 치명적이다. 이미 촛불이나 천안함 등을 둘러싸고 막대한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했다. 휘발성 불신과 불만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

그늘진 곳을 보듬는 따뜻한 정책이 구현돼야 한다. 일자리가 급하다. 서비스업 등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줄 수 있는 산업을 키워야 한다. 교육·의료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우리는 늘 이런 도전과 싸웠고 살아남아 세계적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사방의 파고는 높다.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메가트렌드의 한가운데에 한반도가 자리 잡고 있다. 반도의 반쪽은 핵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다. 모두 피해갈 수 없는 지정학적 운명이다.

2년 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중앙일보 사설은 위기에 임하는 마음자세로 이순신 장군의 ‘아직 배 12척이 남았다(尙有十二)’란 글을 인용했다. 포기하지 않는 자신감이다. 여기에 충무공의 말씀 한마디 더 붙이고 싶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死卽生·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 함께 힘을 모으면 아무리 높은 파도도 헤쳐갈 수 있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일궈진 귀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