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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나고야의 작은공

중앙일보

입력

최근 일본 나고야에 다녀 왔다. 서울이 매서운 한파에 움추려 들지만 일본의 중부지역의 중심도시인 나고야는 겨울에도 따뜻하다. 나고야에서 만난 일본의 지인들은 중국이 지나치다고 섭섭해 하고 있다. 아마 중국이 센가꾸열도(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의 일본 경비선 충돌사건에서 유발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관광객 방일취소 그리고 중국내 반일데모등 일련의 사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중국에 대한 분위기는 서울의 날씨 만큼이나 싸늘해 보였다.
반면에 한국에 대한 감정은 요 몇 년간 상승중이다. 한류열풍은 음식문화에도 미쳐 현지 한식문화제에는 주말인데도 입추의 여지가 없고 한식을 시식하기 위한 줄은 한없이 길어 보였다.
마침 일본 정부에서 실시한 “외교에 관한 세론조사”에서 한국 미국 중국에 대한 일본인의 감정을 묻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조사 대상자의 80%이상이 미국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했다. 한국은 2위. 한일관계가 가장 나빴던 2005년도에 50%에 머물던 호감도가 63%에 달했다. 마지막이 중국. 역시 중국은 최근의 사태에 대한 영향인지 전년에 비해 19%가 급락한 20%수준이다.
일본인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복잡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극복 아시아의 선두주자로 세계 제2위의 경제 파워 하우스였던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경제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은 개혁.개방성공에 따른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중국경제는 일본으로부터 세계 제2위의 타이틀을 빼앗아내었다.
희토류 갈등에 대한 보복인지 일본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특별관세중에 중국제품 400여품목을 제외하기로 하였다고 보도되고 있다. 지금까지 받아 온 특혜관세가 적용되지 않으면 일본 내에서의 중국제품의 가격이 상승하여 중국의 대일 수출전략에 차질이 올 수도 있다. 중일간 이러한 갈등이 에스카레이트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가운데 중국이 민간교류 증진을 위한 조치가 실시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주일중국대사관은 지난 상하이 엑스포를 관람한 일본청년 300명을 대사관에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중일 갈등의 고리를 풀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전 1971년 봄 제31차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되었다. 탁구 강국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모습을 감춘지 6년만에 일본에서 개최된 이번 대회에 특별히 선수를 보낸다고 통보해 왔다. 고립과 폐쇄에 갇힌 중국이 탁구를 매개로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기 위해 일본의 협조가 필요했다.
일본의 3대 거성의 하나인 나고야 옛 성안에 건축된 현립체육관이 그 무대가 되었다. 당시 적대관계였던 미중간이 탁구공을 사이에 두고 관계개선을 모색하였다. 그 후 미국의 탁구팀은 중국으로 초청되었고 이른 바 “핑퐁외교”가 시작된 것이다. 키신저의 비밀교섭을 거쳐 닉슨대통령이 1972년 2월 중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일본의 타나카 수상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1972년 9월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와 수교문서에 사인을 하였다.
미중 핑퐁외교는 중국의 개혁.개방의 기틀이 되었고 국제정세를 바꾼 계기가 되었다. 조금 과장하면 나고야의 작은 탁구공이 지구라는 거대한 공을 움직여 오늘 날 중국이 G2의 반열에 오르도록 기여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2011년 봄이면 나고야 핑퐁외교 40주년이 된다. 거창한 기념행사가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40년전 미중이 탁구공을 사이에 두고 모색했던 관계개선이 이번에는 중일간에서도 일어 날 것 같다. 중일간의 관계는 현재 잔뜩 흐려 보이지만 조만간에 짙은 구름사이로 밝은 햇살이 보일 것 같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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