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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봤습니다] 벤츠 ML300 CD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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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벤츠 ML300 CDI 그랜드에디션은 라디에이터그릴과 범퍼·휠 등에 고성능 버전인 AMG 패키지로 새단장을 했다. 실내에도 AMG 스티어링 휠과 변속 패들을 달아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 M클래스는 2000년대부터 렉서스 RX, BMW X5, 볼보 XC90, 레인지로버, 포르셰 카이엔과 함께 미국에서 프리미엄 SUV 시장을 주도한 모델이다.

  M클래스는 경쟁 모델 가운데 가장 이른 1997년 미국에 처음 출시됐다. 초창기에는 미국산 SUV의 코를 납작하게 할 만큼 대박이 났다. 하지만 속속 프리미엄 SUV가 등장하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무거운 중량에 나쁜 연비, 더딘 핸들링 등이 이유였다.

  더구나 2001년 BMW의 야심작 X5가 나오면서 완패했다. 두 차량 모두 독일이 아닌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한다. 2007년 크라이슬러와 이별한 벤츠는 대오각성해 그 다음해 2세대 M클래스를 내놓는다. 지난달 국내 출시된 ‘ML300 CDI 그랜드 에디션’도 이런 연장선에 있는 차다. 외관은 기존 ML300 CDI 모델과 동일하다. 단지 라디에이터그릴과 범퍼, 휠 등이 고성능 버전인 AMG 시리즈 패키지로 새 단장했다. 실내도 AMG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변속패들을 달아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실내는 벤츠답다. 잘 짜인 센터페시아와 계기판이 벤츠 냄새를 풍긴다. 실내 및 적재공간도 미국 생활문화에 맞게 넉넉하고 여유롭다.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한 인테리어다. 가죽시트 질감이나 마무리도 흠잡을 데 없다. 하지만 편의장치는 실망이 앞선다. 우선 키만 지닌 채 도어를 열고 닫는 기능이 빠졌다. 요즘 국산 소형차에도 달리는 버튼 시동장치도 없다. 열선을 넣은 핸들도 아니다. 이런 장치는 동급 경쟁차에는 기본으로 달린 사양이다. 더구나 차량의 높낮이 조절과 고속주행 및 오프로드 안정성을 높이는 에어 서스펜션도 빠졌다. 이 장치는 500만원 이상의 값어치다.

  파워트레인은 충실하다. 엔진은 190마력을 내는 3.0L V6다. 여기에 자동7단 변속기를 맞물렸다. 연비는 디젤의 효율성이 좋아 9.8km/L가 나온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게 나아간다. 시속 140㎞까지 가속은 꾸준하게 진행된다. 승차감은 상당히 부드럽다. 그렇다고 핸들링이 무딘 것은 아니다. 제대로 코너를 타고 돌아준다.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서 갈고 닦은 벤츠의 서스펜션 숙성을 느끼게 하는 점이다. 고속에서 잡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디젤 엔진음은 예상보다 크게 들려온다. 정지 상태나 가속할 때 엔진의 정숙성은 경쟁 모델보다 한 수 아래다. 디젤 승용차를 가장 먼저 개발한 벤츠지만 최근 10여 년간 크라이슬러 인수로 제때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 느껴질 정도다. 내비게이션은 답답하다. 벤츠는 국내 16개 수입차 업체 가운데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구형 내비게이션 방식을 쓰는 유일한 메이커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 M클래스 판매는 신통치 않다. 그런데 벤츠코리아는 신차 가격을 200만원 올린 9150만원에 내놨다. 이 가격대에는 훨씬 다양한 편의장치를 갖추고 엔진도 한 수 위인 럭셔리 SUV가 여럿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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