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기자의 부동산 맥짚기] 30만원에 산 땅 보상가가 7만7천원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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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과천 정부청사 건설교통부 장관실에서 중년의 아주머니 한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땅이 어떤 땅인데 그저 먹을려고 하느냐" 고 고함을 질렀다.

사연인 즉선 건교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봉암리 일대 문산천 수해복구공사를 위해 그 아주머니의 땅을 수용하면서 매입가의 4분의 1에 불과한 보상가를 제시해 이를 따질려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3년전 평당 30만원에 매입한 봉암리 통일로변의 준농림지 밭 5백평의 보상가가 평당 7만7천원 밖에 안된다니 이럴 수 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외환위기로 값이 떨어졌다 해도 평당 30만원은 족히 받을 수 있다는 이 민원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공공사업의 보상업무가 아직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하지만 냉정을 되찾아보자. 공공사업을 위해 수용하는 부동산 보상가는 감정평가사의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하도록 관련 법에 규정돼 있다.

감정가는 매년 산정하는 해당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를 감안해 책정하는 일이 많다.

이 민원인의 땅은 공시지가가 평당 4만2천원이고 감정가는 7만7천원으로 산출돼 있다.

우선 시세의 70~80%선이라는 공시지가가 너무 낮게 돼있고 이러다보니 감정가도 짤 수 밖에 없다는 게 건교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뭐가 잘못됐을까. 매입 당시 부동산업자에 속아 너무 비싼 값에 구입했든가 아니면 주변의 개발계획설로 값이 턱없이 부풀려있을 수도 있다.

당시 전원주택붐으로 수도권 일대 준농림지 값에 거품이 많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는 것도 이를 방증해준다.

아무튼 이 땅은 민원절차에 따라 중앙토지수용위원에 보상가가 너무 낮다고 다시 평가해달라는 재결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그렇지만 평가가 잘못됐다는 판정이 나 다시 감정평가를 하더라도 그 상승폭은 뻔한 수준이다.

민원인 입장에선 복장 터지는 일이지만 이번 사례는 좋은 땅이라고 다 돈버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더라도 공시지가가 낮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감정평가 과정에서 어느정도 시세를 반영하긴 하지만 크게 기대할 게 못된다.

따라서 공공사업구역에 편입 가능성이 있는 땅은 매입하지 않는 게 좋고 설령 구입했다 하더라도 공시지가를 챙겨 시세와 너무 차이가 나면 조정해 놓아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매년 7월 한달간 시행되는 개별공시지가 이의신청때 조정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공시지가가 낮으면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보상가 책정방식이나 평가사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현행 감정평가제도도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최영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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