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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익의 새해 소망 ‘정랭경열’→ ‘간담상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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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는 최근 열린 한 송년 모임에서 “올해는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를 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실제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 도발의 파편이 튀면서 한·중 관계가 어느 해보다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류 대사는 한·중 관계와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진전에서 큰 위안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선 1992년 수교 이래 한·중 양국 정상이 올 한 해처럼 많이 만났던 적이 없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세 차례 만났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두 번 만났다. 물론 단순히 만남의 횟수가 양자 관계에서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처럼 특별한 시기에 양국 최고지도자들이 빈번하게 접촉해 두 나라 간 파국을 막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뿐 아니다. 류 대사는 올해 한·중 교역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00억 달러(중국 통계 기준)를 돌파할 정도로 경제협력이 순항했다는 사실에도 무척 고무돼 있다고 한다. 특히 한·중 교역이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소식을 중국 측에서 요로를 통해 류 대사에게 전달해와 그가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2010년 한·중 관계를 돌이켜 보면 한마디로 ‘정랭경열(政冷經熱)’의 양상이 뚜렷했다. 정치분야는 삐걱거렸지만 경제 교류는 아주 원만했다는 의미다. 이는 외교안보 분야의 갈등이 민간 주도의 경제 협력으로 번지지 않도록 양국이 적절히 관리한 결과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새해에는 한·중 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까.

 2011년에도 북한 변수가 한·중 관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게 분명하다. 올 한 해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북한을 바라보는 한·중의 인식차는 예상보다 컸다.

그 때문에 더 많은 대화채널을 가동해 북한 문제의 실질적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은 한·중 모두의 새해 과제다. 28일은 류 대사 부임 1주년이 되는 날이다. 2009년 12월 말 그는 취임사에서 간담상조(肝膽相照)란 고사성어를 썼다. ‘속을 터놓고 대한다’는 뜻처럼 새해에는 한·중이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길 기대한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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