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리모델링] 부동산이 자산 20억의 90% … 은퇴자로 매달 생활비 적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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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김모(54)씨. 공무원 생활을 하다 지난해 은퇴한 남편과 노후를 보내고 있는 가정주부다. 두 자녀는 이미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 자산은 20억원 가까이 된다. 하지만 부동산이 90% 이상이고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빡빡한 생활을 하고 있다. 펀드를 환매하고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는 형편이다. 김씨는 보유 부동산을 정리해 좀 더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

A 김씨네는 성남시 판교동과 정자동에 두 채의 아파트와 토지 등 1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노후 생활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부동산의 정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판교동 아파트는 전매제한에 걸려 당분간 매각이 어렵다. 정자동 아파트와 충남 천안에 있는 비업무용 토지가 정리 대상인데, 모두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매각 시기를 잘 선택해 최대한 절세를 해야겠다. 다행히 1가구 다주택과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가 당초 2010년 일몰 예정이었으나 얼마 전 세제 개편에 따라 2년 더 연장된 2012년으로 조정됐다. 이 기간 안에 팔면 양도세율이 50%(토지는 60%) 중과되지 않고 최고 35%인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취득가 6000만원인 정자동 아파트를 5억원에 팔 경우 양도세는 1억3700만원 정도다. 만약 유예기간을 놓쳐 2012년 이후에 팔게 되면 양도세는 이보다 훨씬 많은 2억원을 웃돌게 된다. 김씨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보유 부동산을 2년 안에 매각해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적자 생활을 탈출함과 동시에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즉시연금은 종신형으로=여윳돈은 있으나 매달 생활비가 아쉬운 은퇴자에겐 즉시연금만 한 금융상품도 없다. 퇴직금 또는 부동산 매각으로 생긴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한 뒤 바로 연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즉시연금은 원리금을 평생 나누어 받는 종신형과 적립금의 이자를 연금으로 받다가 본인이 사망할 경우 상속자금으로 물려줄 수 있는 상속형이 있다. 김씨에겐 종신형 가입을 권한다. 다만 예기치 못한 본인의 사망에 대비해 지급 보증기간을 가급적 길게, 예컨대 30년 정도 설정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이 기간 안에 사망할 경우 잔여 기간 동안 가족이 연금을 대신 받을 수 있다. 5억원을 30년 보증에 공시이율 연 4.6%로 가입하면 종신토록 매달 218만원의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월 지급식 특수채권을 사라=김씨네는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금융상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먼저 주택을 두 채나 보유하고 있으면서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쓸모가 없으므로 해약하는 게 좋겠다. 또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적립식 펀드에 불입하고 있는 현재의 지출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 생활비가 매달 50만원가량 부족한 상황에서 적립식 펀드에 90만원이나 붓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가 아니다. 적립 금액을 40만원 이하로 조정하고 마이너스 대출을 줄이도록 하자. 대신 MMF 예금 5000만원은 그냥 묶어두지 말고 적립식 펀드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게 좋겠다. 목돈을 분할해 적립식으로 재투자하는 방법은 시장 위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월 지급식 채권을 사두는 것도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된다. AA+ 이상 등급의 토지개발채권 등 특수채권 5000만원어치를 매입하게 되면 매월 15만원씩 이자가 꼬박꼬박 나오고 3년 후에 원금을 고스란히 되돌려받을 수 있다. 특수채권 매입자금은 펀드 투자금으로 전용하면 되겠다.

 ◆천안에서 임대사업은 재고해야=김씨의 남편은 부동산을 판 돈으로 충남 천안지역에 원룸을 여러 채 사놓고 임대수입을 얻고 싶어한다. 천안은 다른 지방도시에 비해 임대료가 다소 높게 형성돼 있어 나름 수익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면서 임대 수요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룸 주택 공급이 늘고 있어 임대료 경쟁이 가열될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산업시설이 밀집한 지역의 임대주택은 임차인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관리상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천안으로 이사하지 않고 관리인을 둘 경우 임대수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천안에서 임대사업을 벌이려는 계획을 재고해야 하는 이유다.

서명수 기자

◆이번 주 자문단=성열기 삼성생명 강남FP센터팀장, 유용애 외환은행 목동트라팰리스지점 팀장, 김동일 삼성생명 FP센터 과장, 김양수 우리투자증권 방배PB센터 차장(왼쪽부터 시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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