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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성공한 대통령’ 모범 보여준 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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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성공한 대통령’은 모든 사람의 로망이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의 꿈이기도 하다.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공감하는 업적을 남기고 아름답게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역사의 평가를 시간의 몫으로 돌린다면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현실적 기준은 임기 말 지지율이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90%에 육박하는 지지율 속에 8년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1일 시민의 삶으로 돌아간다. 성공한 대통령의 전범(典範)을 보여 주고 물러나는 룰라 대통령과 브라질 국민에게 진심으로 경의와 축하를 보낸다.

 2003년 1월 취임할 때만 해도 그가 이 정도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노동자 출신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이 오히려 더 컸다. 그러나 그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킨 실용의 리더십, 부자와 빈자(貧者)를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으로 국내외의 불안을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좌파 출신 대통령이면서도 세계 경제의 큰 틀 속에서 브라질 경제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주력함으로써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렇게 해서 커진 파이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유효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빈곤층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집권 8년 동안 1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2800만 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났고, 3600만 명이 중산층에 편입됐다.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로 집권 당시보다 10배나 커졌다.

 성탄절을 앞두고 지난 23일 브라질 전역에 방송된 고별연설에서 그는 “모든 브라질 국민은 국가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는 말로 지난 8년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대내적으로는 실적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독자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목소리를 통해 브라질 국민에게 자부심을 심어 줬다. 퇴임을 보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는 87%라는 전무후무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치공학적 술수가 아닌 올바른 정책과 제대로 된 리더십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점에서 룰라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의 역사를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