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해외서 나란히 최저타·상금왕 … 2010년을 빛낸 두 골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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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2010년 대한민국 프로골퍼 가운데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김경태(24·신한금융)와 최나연(23·SK텔레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golf&과 만났다. 국내 골프계의 대표적인 선남선녀로 꼽히는 두 선수는 만나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골프& 독자들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했다.

글=성호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최 “일본투어 견딘 오빠 대단” … 김 “나연이 정신력 강해진것 같아”

“오빠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두 선수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2010년은 두 선수에게 매우 뜻깊은 해였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설렘도 밝은 미소 속에 번져 나왔다. 2007년 국내 투어에서 3관왕에 오른 뒤 긴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김경태는 올해 일본 투어 상금왕이 돼 돌아왔다. 2008년 LPGA 투어로 진출한 후 우승 목전에서 번번이 물러났던 최나연은 지난해 첫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LPGA 투어 1인자 자리에 올랐다. 김경태는 일본 남자 투어에서 최저타(69.41타)를 기록했고, 최나연도 미국 LPGA 투어에서 최저타(69.87) 상을 받았다. 명예에는 상금이 따라온다. 김경태는 25억원, 최나연은 22억원을 벌어 각 투어의 상금왕이 됐다. 그러면서 두 선수는 기록도 세웠다. 김경태는 일본에서 상금왕에 오른 첫 한국인 선수가 됐고 최나연은 LPGA 투어에서 2관왕에 오른 첫 한국인이 됐다.

두 선수는 주니어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렇지만 아주 친한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김경태가 학년으로 2년 위였고, 국가대표를 지낸 시기도 엇갈렸다. 합숙을 하거나 해외 대회에 함께 나간 적은 없다. 그러나 두 선수는 서로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경태와 최나연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세계 최고 선수가 될 재목’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방인으로 객지 생활을 하면서 1등에 오르고 기록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두 선수는 서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김경태는 “미국 투어는 이동거리가 길고 비행기 연착 등이 잦아 힘들다던데 고생 많이 했다”며 “조만간 나도 미국 PGA 투어로 가서 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나연은 “일본 투어에선 한국인에 대한 견제심이 적지 않다던데 오빠가 잘 이겨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태 오빠는 스윙 폼이 간결하지만 힘이 넘치고 무척 겸손하면서도 정신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나연이는 스윙 리듬이 매우 좋고 임팩트가 뛰어나다. LPGA 투어에서 고생을 한 다음에 매우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김경태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 때마다 고향인 강원도 속초의 교회에 가서 연극을 보면서 컸다고 털어놨다. 최나연은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등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 평택 애향보육원에 가 그곳 어린이들과 함께 뛰어놀았다. 마술쇼를 보여준 뒤 컴퓨터와 책상을 기부하고, 김장도 했다. 최나연은 “처음에는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 뿌듯했다. 건강하게 자라면 좋겠고, 기회가 되면 자주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대답했다. 세계랭킹 32위인 김경태는 내년 4대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마스터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최나연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LPGA 투어 최저타수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메이저대회 우승이나 올해의 선수상·상금왕도 좋지만 골프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징표는 ‘최저타상’이라고 여기고 있다. 최나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최저타상을 탈 수 있는데 팬들도 LPGA 투어를 많이 보면서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경태는 “한국 남자 골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며 “가능한 한 많은 국내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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