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변협 “재임용 부적합 판사” 28명 실명 공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재임용 대상 법관 평가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했다가 뒤늦게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변협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재임용 대상 법관의 연임 적합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80명의 법관 중 28명이 ‘부적합’ 표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보장 임기 10년을 마친 법관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재임용 적합 평가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중 가장 많은 부적합 표를 얻은 법관은 14표를 받은 것으로 제시됐다. 다음으로 4표를 받은 법관이 4명, 3표를 받은 법관이 5명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155명의 전국 변호사가 참여해 각자 소속된 지역의 법관을 평가했다.

 변호사들이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사유는 대부분 ▶독단적이고 고압적인 자세 ▶반말·무시·모욕적인 말투 ▶감정과 편견·예단을 쉽게 내비치는 태도 ▶사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었다고 변협 측은 밝혔다. 반면에 ‘재임용 적합’ 이유로는 “인품이 뛰어나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변협이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법관들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자 대법원은 즉각 유감을 나타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1만1000명이 넘는 변협 회원 가운데 1.4%만이 조사에 응한 것”이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조사 결과를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설문조사에 포함된 법관 중 절반 이상은 재임용 심사 대상도 아니다”며 오류를 지적했다. 그러자 변협은 평가 결과를 공개한 지 2시간 만에 “착오가 발견됐다”며 게시물을 삭제했다.

 홍혜진 기자

▶ 2010 중앙일보 올해의 뉴스, 인물 투표하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