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만나는 건 꿀벌이 여러 꽃을 만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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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종교적 대화에 정치적 이슈를 가져오려는 게 아니다. 종교를 통해서 정치적 갈등을 풀려고 하는 거다.”

 1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6대 종교지도자들은 유대교 최고 지도자인 요나 메츠너(57·사진) 대랍비를 만났다. 메츠너 대랍비는 유대교의 최대 분파인 아쉬케나진의 수장이다. 이스라엘에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대중을 향한 그의 편지 한 장이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메츠 대랍비는 ‘예루살렘’의 뜻부터 풀었다. “‘예루’에는 하느님을 경외한다는 의미가 있다. ‘살렘’의 어원은 ‘살롬’, 즉 ‘평화’란 뜻이다. 그래서 ‘예루살렘’에는 사람이 하느님을 경외한다는 뜻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평화를 도모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종교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오랫동안 이스라엘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너무 가물어서 최근 유대교와 팔레스타인 종교지도자들이 모여서 합동 기도회를 가졌다. 그런데 여러분의 방문과 함께 반가운 비가 많이 내렸다. 저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형제로서 계속해서 협력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11일 이스라엘에는 간만에 단비가 땅을 흠뻑 적셨다.

 메츠 대랍비는 거미와 꿀벌을 예로 들었다. 이웃종교를 꿀벌에 비유했다. “거미는 자신의 몸에서 스스로 줄을 뿜어서 집을 짓는다. 꿀벌은 다르다. 자신의 몸이 아니라 꽃에서 꿀을 얻는다. 이웃종교는 이와 같다고 본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웃종교 지도자들이 만나는 건 꿀벌이 여러 꽃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이런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꿀을 얻을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유대교 최고 지도자라고 해서 매우 엄격한 모습일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보니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젊고, 부드럽고, 평온한 얼굴이 좋다”고 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자승 스님은 “한국 불교는 성탄절 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사찰 입구에 내건다. 곧 성탄절이 다가오는데 유대교는 기독교에 대해 어떤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대랍비는 즉답을 하진 않았다. 대신 눈을 감고 깊이 생각에 잠기는 표정이었다. 유대교는 구약성경만 믿는다.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게 그리스도교와 차이점이다.

 원불교 김주원 교정원장은 ‘정신개벽/물질선용/평화세계’라고 쓴 경산 종법사의 서화를 대랍비에게 선물했다. 대랍비는 서화에 담긴 의미를 물어보기도 했다.

예루살렘=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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