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브릭스 투자, 미·일보다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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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브라질·인도·러시아·중국 등 브릭스(BRICs)는 지난해 이후 전 세계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의 성적은 영 신통찮다. 덩치 큰 중국과 브라질 증시가 부진했던 탓이다. 신흥국으로만 쏠리던 돈도 다시 선진국 증시를 노크하고 있다.

 ◆브릭스 ‘빛 좋은 개살구’=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20일까지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브릭스 50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미국(11.6%)·일본(9.6%)·독일(5.1%)·영국(5.5%) 등 선진국 지수의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러시아(49%)와 인도(14.8%)가 탁월한 실적을 냈지만, 중국(3.3%)·브라질(-0.9%)이 평균 수익률을 깎아 먹었다. 자연히 브릭스 지수를 따라가는 펀드의 투자 실적도 선진국 투자 펀드를 밑돌고 있다.

 이런 ‘성장 따로, 수익 따로’ 현상에 대해 소시에테제네랄(SG)의 한 투자전략담당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밝은 성장 전망이 반드시 성공적인 투자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브릭스의 비중이 절반쯤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시장 지수의 상승률은 12.7%로 그나마 선전했다. 아르헨티나·페루 등이 호조를 보인 덕이다.

 유럽은 극과 극이었다. 재정위기의 확산에 그리스(-43.8%)·아일랜드(-21.5%)·스페인(-25.6%)이 극도로 부진했던 반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실한 덴마크·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수익률은 30%에 육박했다.

 ◆신흥국 자금 쏠림 ‘주춤’=올 들어 신흥시장 주식펀드로 920억 달러의 글로벌 투자자금이 들어간 반면, 선진국 펀드에서는 66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런 자금의 흐름에도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21일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9~15일 일주일간 미국 주식펀드로 92억2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하반기 들어 최대 유입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신흥시장 펀드로 들어온 돈은 8억100만 달러에 그쳤다. 10월 말 이후 최근까지 선진국 펀드로 들어온 자금 규모도 273억7200만 달러에 달해 신흥시장 펀드(198억48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재훈 연구원은 “중국은 긴축으로 옮겨가는 반면 미국은 감세 연장 등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올라가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의 ‘U턴’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선진국 주식펀드로 들어가는 자금은 주로 선진국 채권에서 빠져나온 돈이다. 채권 값이 하락세(금리는 상승)를 타면서 지난주 선진국 채권 펀드에서는 2008년 10월 이래 주간 단위로는 최대인 54억 달러가 유출됐다. 이 돈이 주로 선진국 주식 펀드, 특히 미국 펀드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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