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사격 때 못 쏜 분량 쏴 … 군 “통상적 훈련” 강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20일 실시된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 사격 훈련은 1시간34분 만에 종료됐다. 통상 연평부대의 해상 훈련이 반나절 정도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시간이 짧았던 셈이다. 사격 발수도 적었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11월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중단돼 하지 못했던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의 강도, 소요 시간을 볼 때 절제된 훈련 분위기가 확연했다.

이날 오전 훈련 실시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서북 도서 방어를 위해 주기적으로 실시한 통상적인 훈련이며, 포탄은 NLL(북방한계선)에서 10㎞ 이상 남방 쪽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훈련이 끝난 뒤 합참 측은 기자들이 훈련 사진을 요청하자 “북한이 도발하면 공개하고, 도발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메시지는 두 가지로 읽힌다. 먼저, 훈련 재개로 NLL 사수 및 대북 도발 억지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밝히되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격 발수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것은 이번 훈련이 우리의 일상적인 훈련에 다름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정치학)는 “정부로선 서해 훈련이 북한에 도발 빌미를 준다는 논리로 강하게 나오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난번 훈련 때 계획된 나머지 훈련을 함으로써 우리의 입장이 정당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올 경우에도 “우리는 정당했다”는 명분을 쌓아둔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인사는 “대북 억지를 하면서도 북한과의 전면전 위협은 피해야 하는 리더십의 심리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74년 이후 지속된 연평부대의 사격 훈련은 지난해 10 차례, 올 들어선 8월에 두 차례, 9월에 한 차례 실시됐다. 군 당국자는 “오늘 계획대로 훈련을 한 것처럼 내년에도 각 부대의 상황에 따라 연간 계획을 세워 그대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