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집값 강세 내년에도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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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 주택시장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올 9월까지 싸늘하게 얼어붙었던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거래량은 급증세다.

이달 15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11월 신고분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1550건으로 10월 거래량 801건 대비 93.5% 늘었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이 5만3558건으로 10월보다 29.5% 늘고, 서울 전체 거래량도 58.3% 증가했지만 강남권 증가율에는 못 미친다.

거래 증가속 가격 상승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최근 2달간의 움직임은 전형적인 강세장의 분위기다.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이 올랐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이하 전용면적)은 전달보다 1500만∼3000만원 오른 8억7500만∼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가락동 시영 1단지 52㎡도 6억800만∼6억1000만원으로 10월에 비해 1000만∼3300만원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77㎡도 10월에 비해 2300만∼7000만원 비싼 10억6800만∼11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강남권 일부 랜드마크 단지는 전고점을 돌파했다. 서울시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84㎡형은 지난달 29일 1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18일 15억원대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1억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148㎡의 경우 11월 17억6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 최고 거래가격인 17억원을 넘어섰다.

강남권 아파트는 주택시장의 블루칩이다. 약세장에 상대적으로 덜 내리고 집값이 오름세를 타기 시작할 때 먼저 움직이는 특징을 보였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에서는 ‘강남불패’라는 말이 통용어가 됐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국민은행이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변동을 매달 조사하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올 11월 말 104.6으로 지난해 말 109.3보다 4.7점 내려갔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의 지수가 2.7점 내려갔음을 감안할 때 주로 강남권 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KB50지수가 더 내려간 것이다.

강남불패 신화가 깨진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소득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꼽는다. 정부가 2009년 9월 DTI규제를 서울ㆍ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이후 강남권 신규 유입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그동안 강남권 아파트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강세를 보인 것은 다른 곳의 집을 팔고 강남권의 집을 사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인데 DTI규제 확대로 다른 곳의 주택거래가 단절되다시피 하자 강남권 수요가 뚝 끊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남권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도 DTI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8ㆍ29대책을 통해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ㆍ수도권 전역의 DTI규제를 풀었기 때문에 그동안 강남권에 진입하지 못했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는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정애남 공인중개사는 “다른 지역의 집을 판 돈으로 개포주공 아파트를 사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1년 이상 가격 조정을 거친 것도 매수세가 몰린 원인이다.

신한은행 김상훈 부동산전략팀장은 ”올 9월 기준으로 강남권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지난해 연말보다 2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며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낙폭과대에 따른 저가 메리트가 부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신규공급 부족… ‘강남불패’신화 이어갈듯

내년 강남권 주택시장 기상도도 ‘대체로 맑음’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남권의 경우 2000년 이후 신규 아파트 공급량의 80%를 재건축이 담당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 쏟아진 재건축 규제 정책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져 내년에 강남권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2000가구 미만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자녀 교육 등을 위해 강남권으로 이사하려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신한은행 고준석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 등을 볼 때 내년 강남권 주택시장은 기본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강남권 아파트값이 5%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상승률은 대형 보다는 중소형 아파트가 클 전망이다. 발코니 확장 허용으로 예전에 비해 아파트 내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어 가족수가 3~4명이라면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로 충분하다는 수요자들이 많다. 또 종합부동산세 부담 등으로 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낮은 상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역시 DTI다. 8ㆍ29대책의 DTI완화는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DTI카드를 만질 계획이다.

지금처럼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이 지속되면 ‘예정대로’DTI규제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 9월까지와 같이 강남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급매물이 소진된 후 최근 들어 강남권에 추격매수세가 뜸해진 것도 시장 전망을 낙관만은 할 수 없는 요인이다.

서울 잠실동 최명섭 공인중개사는 “수요자들이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확신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티프라이빗뱅크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성급하게 추격매수에 나서기 보다는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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