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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들도 못한 우승까지 …‘월드컵 스타’ 지소연·여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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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스포츠는 굵직한 국제대회의 연속이었다. 2월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 이어 6, 7월엔 남아공 월드컵이 지구촌을 달구었다. 10월 영암 F1 그랑프리에선 스피드의 짜릿함에 전율했고,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진한 감동을 맛보기도 했다. 우리 가슴을 훈훈하게 해준 스포츠 샛별들이 올해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한국 여자축구는 세계에서 변방이었다. 국내 인기도 시들했다. 그런 여자축구가 2010년 새롭게 태어났다. 8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것이다. 한국 축구가 남녀 통틀어 FIFA 주관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9월에는 이 기록도 깼다. U-17 여자대표팀이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에서 우승까지 했다. 그 중심에 지소연(19·고베)과 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있다.

 지소연은 U-20 월드컵에서 8골을 넣어 득점 2위(실버슈)에 오르며 실버볼(MVP 부문 2위)을 받았다. 여민지는 U-17 월드컵 최고의 스타였다. 득점왕(골든슈·8골)과 골든볼(MVP)을 차지한 것이다.

 지소연과 여민지는 남자축구에 매몰돼 있던 팬들의 관심을 여자축구로 돌려놓았다. ‘지메시’로 불리는 지소연은 탁월한 개인기로 팬들에게 여자축구의 재미를 알렸다. 여민지의 탁월한 골 결정력은 남자축구를 보며 답답해하던 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낸 성적이었기에 감동은 더했다. 이들의 활약은 문화체육관광부를 움직였다. 문화부는 지난달 여자축구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 내년부터 3년간 총 185억원을 들여 초·중·고·대학 팀 45개를 창단하기로 했다.

 지소연은 “ 10월 수원에서 열린 피스컵 때 관중석을 메운 팬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축구도 열심히 하면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지난달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5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여자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는 데 기여했다. 내년 2월 한양여대를 졸업하는 그는 일본 실업팀 고베 아이낙에 입단했다. 여민지는 “축구를 한 이래 올해가 가장 행복했다.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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