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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키, 이제 클 만큼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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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키는 이제 클 만큼 컸다. 하지만 체형은 여전히 서구형으로 바뀌는 중이다.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사이즈 코리아’ 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사이즈 코리아는 한국인의 성별, 연령대별 신체치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조사로 1979년 처음 시작돼 5~7년마다 한번씩 시행되며 올해로 6회째다.

 조사 결과 20대 한국인의 평균 키는 남자 1m74㎝, 여자 1m60.5㎝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이뤄진 5차 조사(남자 1m74㎝, 여자 1m60.3㎝)와 거의 비슷한 결과다. 그 이전까지는 평균 신장이 커지는 추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2003년을 지나며 정체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기표원 정낙훈 문화서비스 과장은 “키의 성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는 인종적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자는 15세, 여자는 12세면 거의 다 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는 많아야 4~5㎝ 자라는 데 그쳤다. 특히 여성의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가 이전보다 1년 정도 빨라졌다. 이는 여성의 초경이 1년 빨라진 것과 거의 일치한다. 남자 키만 보면 일본(20대 1m70.5㎝)보다 훨씬 크고 독일(18~60세 1m75㎝)과 비슷해졌다. 하지만 네덜란드(18~60세 1m80.6㎝) 같은 북유럽 사람들보다는 상당히 작았다. 여자 키도 아직은 작은 편이었다. 조사를 맡은 강남대 유재우(전자시스템정보공학부 교수)는 “서양인은 20대부터 60대까지 키가 거의 비슷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연령대별 차이가 크다”며 “성장이 끝난 20대의 평균신장 증가가 멈췄다는 것은 앞으로 한국인의 평균 키가 이 정도가 될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키의 성장은 멈췄지만 몸매는 롱다리에 슬림(날씬)한 서구형으로 변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20대의 경우 남녀 모두 ‘두신지수’가 7.3대 1로 나타났다. ‘두신지수’란 키와 비교한 머리 길이의 비율로 이 지수가 7.3대 1이란 것은 7.3등신이라는 의미다. 40대가 7.2등신인 것과 비교해 0.1 등신 정도 차이가 났다. 기표원은 머리 길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키가 커진 결과로 해석했다. 또 20대 여성은 다리 길이가 같은 키의 50대 여성에 비해 2㎝ 정도 길었다.

 몸무게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저체중 성인 여성이 확 늘었다. 20대 후반 여성의 경우 2003년에는 11.5%인 저체중 비율이 올해는 15.7%로 증가했다. 지나친 다이어트의 결과다. 반면 비만인 사람의 비율은 50대 여성 39.4%, 60대 여성 44.5%로 7년 전보다 모두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그래도 허리둘레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작정 밥만 줄일 게 아니라 복부지방을 줄일 수 있는 운동이나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기표원은 조언했다.

 남성의 경우 비만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비만비율이 가장 높았던 50대는 약간 줄어든 반면 30대 초반의 비만비율이 2003년 34.6%에서 올해는 42.1%로 크게 늘었다. 허리둘레 90㎝ 이상인 ‘건강 위험군’의 비율도 20대와 30대에서 현저히 많아져 성인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됐다.

 올해 사이즈 코리아 조사는 7~69세의 남녀 1만4016명을 대상으로 키와 몸무게·가슴둘레 등 126개 항목을 직접 측정했다. 이와 별도로 20~30대 남녀 848명은 3차원 스캐너를 통해 인체형상 측정이 이뤄졌다. 기표원은 조사 결과를 내년부터 웹사이트(sizekorea.kats.go.kr)를 통해 공개하고, 의류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3차원 인체표준 형상정보도 수요자 맞춤형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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