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명문 골프장 탐방 [10] 충남 태안 골든베이 골프&리조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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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오션 코스 2번 홀 전경. 갯벌에 둘러싸인 골든베이에서는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다. [골든베이 제공]


골프 코스에는 설계자의 철학이 담겨 있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는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아널드 파머가 설계한 코스는 ‘홀이 보이기만 하면 넣을 수 있다’는 선수 시절 그의 모토처럼 난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개리 플레이어는 자연미와 편안함을 강조한다. 그레그 노먼은 호주 출신답게 바다와 벙커를 선호한다. 그럼 한 시대를 풍미한 여자 골프 황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설계한 코스는 어떤 모습일까.

현역 시절 소렌스탐의 플레이는 무척 공격적이었다. 파워와 정교한 아이언샷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자 골프 황제 소렌스탐이 직접 설계를 맡은 코스는 바로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는 골든베이 골프&리조트(27홀)다. 골든베이는 소렌스탐이 은퇴한 뒤 코스 설계를 맡은 첫 작품이다. 첫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보인 소렌스탐은 27홀을 직접 걸어 다니며 각 홀의 위치와 크기, 티잉 그라운드와 벙커의 위치, 그린 언듈레이션은 물론 잔디와 조경 등 세심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처럼 티샷은 호쾌하게 할 수 있도록, 아이언샷과 퍼팅은 정교하고 섬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골든베이 골프장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에 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의 양식을 컨셉트로 설계된 클럽하우스(사진)는 아늑함과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그늘집 역시 투스카니 지역의 주택을 연상케 하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골프텔에도 투스카니 스타일을 접목시켰다. 또한 투스카니 건축양식에 어울리는 10년 이상 된 스카이 로켓 향나무를 심었다. 투스카니 스타일의 자연스러운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적인 실내 장식과 골프장 조망이 가능한 욕실의 자쿠지(기포 욕조)도 눈에 띈다.

골든베이 골프장은 바다 조망이 가능한 오션코스, 산악 지형을 이용한 밸리와 마운틴 코스로 구성됐다. 태안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오션 코스(3302m)는 골든베이가 자랑하는 대표 코스다. 특히 바람의 방향과 강도, 태양 광선의 이동까지 고려했다.

2번 홀(파3·117m)은 그린 뒤 바위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시그니처 홀이다. 이 홀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벙커와 그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를 피해야 한다. 4번 홀(파5·454m)은 골퍼의 도전 의식을 불러 일으킨다. 장타자들은 투 온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그린 앞에 워터 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어 골퍼들의 현명한 선택을 요구한다.

수목이 울창한 산비탈에 조성한 마운틴 코스(파36·3342m)는 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부여했다. 세심하면서도 때론 과감한 샷으로 코스를 공략해야 한다. 2번 홀(파3·106m)은 거리는 짧지만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홀이다. 정교한 아이언샷이 필요하다. 4번 홀(파4·353m)은 오르막 지형인 데다 좌측으로 굽어진 도그 레그 홀이어서 공략이 쉽지 않다. 소렌스탐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나지막한 구릉 지대에 자리잡은 밸리 코스(파36·3321m)는 투스카니의 시골 풍경을 닮았다. 마치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때로는 산들바람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지만 때로는 폭풍 전야의 긴장감도 만끽할 수 있다.

골든베이의 또 다른 특징은 티샷 결과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차이가 분명하다. 러프에 들어가면 탈출이 쉽지 않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대부분 그린이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코스 공략이 가능하다.

태안=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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