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 창문 안 만든다’ 금기 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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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세계적인 건축가인 네덜란드의 벤 반 버클(53·사진)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자신이 설계한 충남 천안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 개점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는 독일 ‘벤츠 박물관’(2006년 완공), 일본 요코하마 국제 여객터미널(1994년 완공) 등 미래 지향적이고 선이 독특한 건축물을 설계해 왔다.

 버클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와 중국 광저우·상하이·베이징 등 아시아 대도시들의 건축 실험이 놀랍다”며 “서로 경쟁하듯 수준 높은 건축물들이 새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항저우의 래플시티와 다롄의 축구경기장, 대만 가오슝의 ‘스타 플레이스’ 등이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그가 설계한 대표작이다.

 암스테르담에 150여 명의 직원을 둔 건축설계회사 ‘유엔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그는 세계 50여 개국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상하이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아시아 시장에서 개성 강한 건축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내년엔 한국에도 사무실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에서 건축물을 지을 때는 외관뿐 아니라 인테리어 등 건축물 전반에 관해 자율권과 권한을 누릴 수 있어 특히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상업 시설과 공공 시설의 구분이 현대에 와서는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가족·친구·지인들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기는 장소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쇼핑센터를 설계할 때도 고정 관념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고객이 쇼핑을 오래 하게 붙들어 놓으려면 창문을 내지 마라’는 쇼핑몰의 금기를 깨고, 갤러리아 센터시티점을 층별로 거대한 테라스가 설치돼 바깥의 자연 풍광이 그대로 들어오게 설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볼 때마다 달라 보이는 예술품처럼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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