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넘어라, 대형마트 ‘통 큰’ 차별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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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롯데마트 서울역점 매장 내에 식물공장인 ‘행복가든’의 모습. 직원들이 판매를 앞둔 상추들을 둘러보고 있다. [각 업체 제공]


대형마트마다 차별화 경쟁이 거세다. 조금이라도 다른 매장과 차별화하기 위한 서비스와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점포만 400개에 육박할 정도로 국내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든 데다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최근 5000원짜리 ‘통큰 치킨’ 판매를 시도했던 것도 결국 차별화된 상품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시도였다.

신세계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 내 애견용품 전문 판매점인 몰리스 숍(Molly’s Shop)의 내부. [각 업체 제공]

◆애견용 호텔, 공원, 식물공장 … =지난달 말 문을 연 신세계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에는 495㎡(150평) 규모의 애견용품 전문 판매점인 몰리스 숍(Molly’s Shop)이 있다. 사람이 아니라 철저히 애견 위주로 꾸민 게 이 매장의 특징. 애완용 호텔·카페·유치원·병원·미용실 등 애견에게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췄다. 이 점포 오세창 점장은 “기존 애견 매장은 실제 이용자인 ‘애완동물’을 가둬놓는 데 불과한 ‘사람’ 중심의 매장이었지만 몰리스숍은 사람과 애완동물이 함께 이용하는 가족형 매장을 기본 컨셉트로 한다”며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분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애견 때문에 쇼핑을 못 했던 고객이 추가로 점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장을 공원처럼 꾸며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 곳도 있다. 홈플러스 대구 성서점은 매장 1층 지상 1만㎡(약 3000평)를 공원으로 꾸몄다. 매장은 지하 1·2층에 넣고, 지하 3·4층은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대신 매장의 옥상부에 해당하는 지상에 나무숲과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이 있는 공원으로 만들었다.

홈플러스 부천상동점. 점포 벽면 한쪽을 다양한 생물과 인간을 소재로 한 800여 점의 미술 작품으로 꾸몄다. [각 업체 제공]

 홈플러스 측은 “장사가 가장 잘 되는 지상 1층 전체를 야외 공원으로 만든 것은 인근에 고층건물이 밀집해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할인점과 함께 공원을 선물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서울역점 매장 내에 식물공장인 ‘행복가든’을 설치하고 상추를 직접 재배한 뒤 이를 포장해 판다. 녹색 채소들이 자라고 있는 매장은 작은 정원을 방불케 한다. 33㎡(10평) 규모의 매장 내부에는 6단으로 구성된 채소류 재배 베드가 두 줄로 설치돼 있다. 이곳에선 월 2000포기가량의 상추가 생산된다.

 매장 내에는 식물재배용 LED를 설치해 실내에서도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빛을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 또 내부를 클린룸으로 만들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차단해 씻지 않고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직접 상품을 체험해 보고 사도록 한 ‘체험형 매장’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서울역점 등에 체험형 가전 매장인 ‘디지털 파크’를 개장했다. 카메라와 TV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문가용 카메라(DSLR카메라)의 경우 일반 매장보다 4배 이상 많은 20여 가지 품목을 판다. 렌즈와 어깨 끈 등 카메라 관련 주변기기와 액세서리도 700여 종에 달한다. 롯데마트 측은 “고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품을 꼼꼼히 체험해 보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카메라의 경우 디지털파크로 전환한 뒤 전보다 4~5배가량 매출이 오를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도 체험형 가전 매장인 매트릭스(Matrix)를 용인 구성점 등 일부 매장에 설치했다. 매트릭스는 매장 전체를 Listen(음향기기), Watch(TV·홈시어터·프로젝터 등), Play(게임기·음반), Work(컴퓨터·디지털가전), the Kitchen(냉장고·세탁기) 등 테마별로 구분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테마의 상품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백화점에 버금가는 고급 매장으로=홈플러스 잠실점은 미술 갤러리를 비롯해 와인바와 피트니스 클럽, 골프연습장 등을 갖췄다. 와인바는 국내 최초로 매장에서 구입한 와인을 가지고 와서 마실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점포에서는 샤넬·구찌·페라가모 등 인기 명품 브랜드 제품을 직수입해 판매하기도 한다.

 롯데마트 송파점도 지난 9월부터 구찌·프라다·펜디 등 10여 종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명품 멀티숍’을 운영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염민선 박사는 “대형마트 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그간 업체마다 천편일률적이던 매장 내 서비스와 판매 제품 구성들도 꾸준히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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